경제·금융

[동십자각] 「글로벌 스탠더드로서의 인터넷」

李在權(산업부 차장)인터넷은 미래다. 인터넷의 본질은 「변화」인 까닭이다. 현존하는 사람의 발명중 가장 변화가 빠른 건 단연 인터넷. 설명이 필요없다. 인터넷을 그냥 보면 그 변화의 속도를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이룩된 인터넷에 대해서만도 외경의 시선이 많다. 거미줄(WEB)에 달라붙은 날벌레가 가질 법한 「절대 공포」와도 같은 감각이다. 도저히 거스를 수 없다는. 그러나 이조차도 미래의 인터넷에 비하면 겨우 긴 그림자의 끝 한 자락이다. 인터넷은 갈수록 빠른 속도로 새 기술과 새 시장을 낳는다. 그럴수록 세계인의 생활시간과 활동공간은 인터넷이 점유해 간다. 비유하면, 인터넷은 디지털사회, 디지털경제의 「산소」요 「생태계」가 된다. 「지구촌」이라는 공간개념은 국경 없는 「인터넷 공동체(COMMUNITY)」로 바뀌어간다. 인터넷의 미래가 그렇다. 그러나 한국에 인터넷은 없다. 미래의 인터넷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데이터통신망인 「01411」망을 보자. 지난 98년8월 한달간 이 망의 접속완료율은 평균 36.8%를 기록했다. 이 망의 트래픽은 부하(負荷)의 한계치 1을 넘어 1.37에 달했다. 더 이상 접속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우리의 인터넷 이용자들은 대부분 웹사이트 평가기준으로 정보 품질보다 「속도」를 꼽는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우리 경제의 미래는 소프트웨어(SW)에 달렸다지만 여태 하드웨어(HW)조차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현실이다. 이용자들은 말한다. 왜 속도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느냐고. 정부 당국자들은 「속도를 높여라, 증설하라」고 기업들을 닥달한다. 다그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건 아니다. 기업들은 돈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통신의 경우다. 초고속망 구축에 필요한 재원중 30조원 이상을 정부는 한국통신에 떠넘겼다. 그러나 한국통신 곳간에는 그만한 돈이 없다. 앞으로 채울 전망도 희박하다.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때 전화요금은 버스요금과 비슷했지만 지금은 10분의 1도 안된다. 선진국권은 물론 웬만한 중진국과 비교해도 우리 통신요금은 최하위권이다. 싼 요금의 마약에 도취해 있는 동안 미래 인프라 구축의 여력은 지금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인터넷 길을 오고가는 컨텐츠(정보)분야는 더 비참하다. 컨텐츠 개발을 업으로 하는 IP(정보제공사업자)는 5,000개가 넘는다. 이들의 한달 평균 수익은 300만원 안팎이다. 오락·성인정보 등 돈되는 정보에 급급하다보니 고급정보, 멀티미디어정보 개발은 꿈도 못꾼다. 인터넷에도 산업발전단계 구분이 있다. 1차 산업은 단순 접속, 2차 산업은 웹 구축, 3차산업은 전자상거래와 고도 컨텐츠 개발이다. 우리 인터넷의 현주소는 아직 1~2차 산업사회다. IMF 관리체제 이후 우리 경제·사회엔 글로벌 스탠더드가 하나의 모델로 떠올랐다. 한국인과 한국기업이 지구촌을 살아가는데 삼아야 할 준거라고 한다. 소유구조·의사결정구조·회계기준 등 기업경영방식, 행정, 부패시스템, 외국인에 대한 배타심리 등이 모두 글로벌 스탠더드의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그 어느 항목에서도 인터넷의 「인」자를 발견하긴 힘들다. 우리는 선진국이 익숙한 관행을 이제야 배우기 시작한다. 그러는 사이에 그들은 「인터넷 스탠더드」를 세운다. 또 이를 미래의 경쟁력에 접목시켜 가고 있다. 그 커다란 간극이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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