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와 차한잔] 구자열 LS전선 부회장

"러 교두보로 유럽 전선시장 진출"<br>중동공략 위해 인도서 브랜드 마케팅 강화<br>中서 사출기생산 '기계분야 글로벌화' 병행


“러시아를 교두보로 유럽시장까지 진출하겠습니다.” LS그룹이 기존 LG전선그룹의 명칭을 버리고 재출범한 지 약 4개월. 그룹의 주력사인 LS전선 구자열 부회장이 처음으로 중장기 포부를 밝혔다. 구 부회장은 “(LS전선을)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업을 만들겠다”며 “전선분야에 있어 내수시장의 성장은 더뎌졌지만 해외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구 부회장은 인터뷰 내내 ‘더 이상 내수시장에만 만족할 수 없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새 출발한 그룹의 비전을 ‘글로벌 LS’로 설정했다는 뜻이다. 그가 풀어놓은 글로벌 경영전략의 골자는 러시아와 인도를 거점으로 여타 주변국을 포괄 경영하는 것. 특히 러시아에 대한 관심은 상당해 보였다. 구 부회장은 “근래에 유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러시아의 외환보유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며 “러시아 오일머니의 상당액이 사회 기간시설 확충과 경기진작에 쓰인다면 현지의 전선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LS그룹이 러시아에서 발판을 마련하면 단기적으로는 신흥시장으로 부상 중인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을 아우르고 중ㆍ장기적으로는 유럽 지역까지 넘볼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구 부회장은 “(프랑스계 다국적기업인) 넥상스가 이미 국내에 진출해 전선시장을 잠식하고 있지만 국내 전선업계는 아직 유럽연합(EU) 지역의 시장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면서 “러시아를 교두보로 동유럽을 뚫은 뒤 선진시장인 유럽 전역을 공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거점시장을 공격당하고 있으므로 상대방의 근거지를 공략하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의미다. 구 부회장은 이어 “일단 러시아와 동유럽시장 등을 확보해 해외 전선업계의 글로벌 기업들과 대등한 입장에 서면 제휴 등을 통해 사업을 더욱 확장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갓 내어온 찻잔에 차가 막 우러나올 무렵이었을까. 구 부회장의 화제가 이번에는 인도로 옮겨갔다. 러시아가 극동 지역에서 유럽을 포괄하는 교두보라면 인도는 중앙아시아에서부터 멀리 중동시장까지의 길을 트는 요충지나 다름없다. 구 부회장은 “인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전선사업의 해외 매출증대에 큰 역할을 하는 전략시장”이라며 “현 시점에서 보면 러시아보다는 인도시장에서의 성과가 먼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LS전선은 올 하반기부터 인도시장에서의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구 부회장은 전선과 더불어 수익의 양대축으로 꼽히는 기계사업 역시 “올해부터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화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칭다오(靑島)시 외곽의 LS공조법인을 연내에 칭다오공항 인근으로 규모를 늘려 이전할 계획”이라며 “또 우시(無錫)에 LS산전과 함께 10만평 규모로 조성 중인 생산기지에서는 다음달부터 LS기계가 가동을 시작해 사출성형기를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우시 생산기지에는 현재 이 회사가 투자한 자동차전선 법인이 먼저 가동을 시작한 상태다. LS그룹의 글로벌 전략이 성공하려면 선행돼야 하는 것이 해외 지역 전문가의 확보와 관련 조직력 강화. 구 부회장은 “다음달 중 러시아 모스크바의 유수 대학을 방문해 기업설명회와 더불어 현지 인재채용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LS전선은 연초부터 해외사업본부를 신설해 인도ㆍ러시아ㆍ중동시장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구 부회장은 또 차세대 수익원으로 육성 중인 통신 및 소재사업에서도 “궁극적으로는 유선통신과 무선통신을 결합한 영역으로 사업의 지평을 넓힐 것”이라고 귀띔했다. 최근의 경영여건에 대해 구 부회장은 “영업이익률 10% 이상 달성을 장기목표로 잡고 있지만 환율과 유가불안 등으로 목표 달성이 쉽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라며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비중 확대와 신제품 조기출시, 수출단가 인상 등을 통해 적정 마진을 확보하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구 부회장은 이어 “아직 본격적인 내수회복의 조짐이 없고 대내외 경영악재가 상존하고 있는 만큼 조직혁신과 구조 합리화에 더욱 매진하겠다”며 말을 맺었다. [경영철학과 스타일] "제조업이 국가경쟁력" 구자열 부회장은 15년가량을 무역인으로 잔뼈가 굵었고 6년여간을 증권맨으로 활동했다. 그런 이력을 가졌다면 한번쯤 '돈놀이'에 대한 유혹에 빠질 법도 하다. 요즘처럼 환율ㆍ유가 등으로 제조업의 수익성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럴 듯하다. 하지만 그는 제조업 이외의 다른 쪽에 한눈 파는 것에 극히 부정적이다. 구 부회장은 투자사업 진출 여부를 묻는 질문에 "투자사업이요? 글쎄요. 저는 본업인 제조업에 충실히 매진하는 것이 국가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못박았다. 기업의 소명론에 충실한 구 부회장의 경영스타일을 여실히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당장에야 있는 현금을 끌어모아 여기저기 투자하면 대박이 터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돈놀이 등에 한눈을 판 기업은 꾸준히 기술개발과 설비에 투자한 기업을 따라잡을 수 없게 되고 결국 국가경쟁력까지 떨어뜨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구 부회장을 처음 본 사람이라면 서글서글한 풍모에 그저 너그러운 사람이거니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부딪쳐보면 이처럼 원칙에 단호한 성품이라는 것을 금세 알게 된다. 그런가 하면 또 한편에서는 전혀 다른 면모의 구 부회장도 볼 수 있다. 매일 오전5시 무렵 서울 강남구 일대의 탄천부터 분당에 이르는 자전거 길을 지난다면 어김없이 사이클에 올라 거의 매일 1시간씩 땀을 흘리는 그를 발견하게 된다. 구 부회장은 산악자전거까지 두루 섭렵한 자전거 마니아다. 그는 자전거를 타는 이유를 "젊은 친구들의 사고를 배우는 데 더없이 좋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전거 동호회 활동 등을 통해 세대를 넘어선 교류를 가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젊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원칙과 혁신'을 넘나드는 그의 모습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남보다 한발 앞서가야 하는 최고경영자의 고민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 듯하다. ◇약 력 ▦53년 경남 진주 출생 ▦72년 서울고 졸업 ▦79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80년 LG상사 국제금융부장 ▦90년 LG상사 동남아지역본부장 ▦92년 LG투자증권 상무 ▦99년 LG투자증권 영업총괄 부사장 ▦2001년 LG전선 재경부문(옛 LG전선) 부사장 ▦2002년 LS전선 대표이사 부사장 ▦2003년 LS전선 대표이사 사장 ▦2004년 LS전선 대표이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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