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특별인터뷰] 구평회 무역협회장

올해로 국제통화기금(IMF)체제 2년째를 맞이하는 우리 경제는 그 어느 해보다 수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IMF체제 탈출을 위한 회생의 기반마련이 시급한 우리 경제가 21세기의 문턱에서 자신있게 재기의 날개를 펼치려면 수출경쟁력 확보는 최우선의 과제다. 올해는 또 유럽단일통화 원년이라는 점에서 미주지역과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한 거대 경제 블록간의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더욱 짙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동시에 무역 마찰도 거세질 것으로 우려된다. 여기에다 해외 거점시장을 놓고 일본, 중국, 동남아등 수출경쟁국들과 치열한 시장다툼도 예상된다. 신년을 맞아 높아지는 무역장벽과 거세지는 경쟁국의 파상공세, 여기에 원화환율 하락이라는 삼각파도를 이겨내야할 「수출 한국」호의 나아갈 길을 살펴보기 위해 본지 이종승부국장이 구평회 한국무역협회장을 만나 보았다. _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편입된지 만 1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우리 정부 및 재계의 구조조정 노력으로 한국의 대외 신인도는 점차 개선되고 있습니다만 외화부채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우리를 옥죄고 있습니다. 결국 수출을 통한 외화획득만이 우리 경제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으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올해 수출 전망을 어떻게 예상하고 있습니까. 수출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해외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미국경제가 둔화되는데다 일본 역시 대대적인 정부의 부양조치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러시아·중남미등 개발도상국 역시 외환위기 여파로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입니다. 특히 최근 원화환율이 급속히 절상돼 걱정스럽습니다. 올해는 또 세계적으로 수입 제한조치가 확대돼 우리 수출을 위협할 것으로 염려됩니다. 외환위기를 겪는 국가가 증가하고 이들 국가들이 수출증진에 매달릴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이에 따른 피해를 우려해 선진국, 후진국 모두가 반덤핑관세 등 수입제한조치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_올해 수출 여건중 환율에 대한 부담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환율은 이미 지난해말부터 우리 기업들이 수출 채산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수준으로까지 하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요청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십니까. 환율의 적정선 유지가 올해 정부의 거시 경제운용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아울러 외환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도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는 지난 80년대 후반 3저시대의 흑자를 관리하지 못하고 적자경제로 돌아서 결국 IMF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뼈저린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초반 적자로 반전되었던 것이나 IMF지원을 받기 직전 적자가 눈덩이 처럼 불어난 것도 환율정책의 실패가 한 요인이었던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외환보유고를 확대하는 방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외환보유고는 97년말 39억달러에서 최근 500억달러 이상으로 확충되었으나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10%를 갓넘는 수준으로 대만의 외환보유고가 GDP의 30%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안심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_이같은 상황에서 수출 확대를 위해 정부가 시급히 지원해야 할 사항은 무엇이 있습니까. 우리 기업들이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불리한 조건에서 경쟁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입니다. 최근 금융경색이 많이 완화되고 금리도 대폭 인하되는 등 국내 여건은 지난해에 비해 상당히 호전됐지만 아직도 IMF이전의 상태로 회복되지는 못했으며 경쟁국에 비해서는 훨씬 불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수출기업의 각종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은 계속돼야 할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담보위주의 후진적인 금융관행을 개선하는 획기적인 조치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기업구조조정 여파로 노사갈등, 하청업체 도산등의 폐해가 우려되는데 이를 최소화하고 조기에 치유할수 있는 조치가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_올해는 유럽 단일통화인 유로화 출범의 원년입니다. 유럽시장의 경우 유로화출범을 계기로 가격체계가 통합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에게는 보수적 성향이 높은 유럽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할 수 있는 호기를 제공할 것이란 기대도 높습니다. 우리 기업이 이같은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십니까. 유러화 출범으로 우리나라의 대유럽수출에는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가 같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러화 출범으로 가격체계가 통합되면 국별 가격차별화가 어려워질 것이고 이에 따라 전반적으로 가격인하 압력을 받게될 것입니다. 하지만 유러화 출범은 시장규모가 커지는 효과가 있으므로 수출 증대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재무·금융·물류 등 국별로 중복돼 있는 기능을 범유럽 차원에서 통합관리해 비용도 절감하고 수출 기회의 확대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또 유럽내 유통업체의 대형화 추세에 맞춰 이들 업체와의 판매제휴도 강화하는 등 현지 업계와의 협력을 돈독히해야 할 것입니다. _세계 경제가 블럭화하면서 블럭단위의 보호주의 경향이 농후해지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과 EU간에는 통상마찰이 심화되는 양상입니다. 수출 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 경제로서는 시장 개척 및 확대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블럭경제와 관련한 수출 여건과 이를 타개해나갈 방향은 무엇이 있습니까.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100여개의 지역경제협력체가 존재할 정도로 지역경제 블록화가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협력은 역내 국가간 교역을 활성화하고 결과적으로 세계 경제성장에 기여하기 때문에 역외국가에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역외국에 대한 차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를 극복하는 길은 우리 기업의 현지 진출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기업 경영의 세계화가 필요하며 정부도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일본, 중국등과 「동북아협의체」를 만드는 것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같은 기구는 동북아 국가간의 역내 교역을 촉진하는 것은 물론 다른 경제블럭의 차별적인 조치를 견제하는 효과도 있을 것입니다. _IMF체제로 가장 두드러진 애로사항은 수출 부대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게 늘었다는 점입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 및 금융권에게 요청하고 싶은 견해가 있으시다면 무엇입니까. 최근 조사결과 합성직물 10만달러어치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수출하면 총 부대경비가 IMF이전에는 최고 300만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최고 570만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외환매매수수료와 환가료는 IMF이전에 비해 3~4배나 높아졌으며 해상운임은 50%나 인상됐습니다. 비록 IMF초기에 비해 각종 부대비용 부담이 줄어들고는 있으나 여전히 경쟁국에 비해 크게 높은 실정입니다. 외환수수료는 정부가 국책은행의 수수료를 과감하게 인하시켜 여타 은행의 인하를 유도하고 물류비는 물류공급자의 일방적인 가격 결정을 방지하기 위해 요금 결정에 물류이용자가 참여하는 것을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_금강산 관광이 열리면서 남북 교역에 대한 기대가 어느 해보다 높습니다. 남북 교역과 관련한 여건들과 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등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남북 교역 활성화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임가공 무역이 활성화돼야 하는데 북한 측의 소극적인 태도로 우리 기업의 대북투자가 극히 부진합니다. 현재로서는 정부가 정경분리 원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남북한 신뢰관계를 공고히 하고 기업 역시 남북한 경제교류 활성화가 결국 북한 측에 이익이 된다는 점을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인식시켜야 할 것입니다. 이 밖에 남북한 경제교류의 질서를 확립하는 것도 시급합니다. 기업간 지나친 경쟁이나 상식을 벗어난 협력은 결국 북한 측에도 유리하지 않고 남북한 경제교류만 저해할 것입니다. _주요 교역대상이었던 동남아, 중국이 최근의 외환위기로 크게 침체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신규 시장 개척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입니까. 신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해외전시회 참가, 시장 개척단 파견, 국제 규격인증 획등, 수출 상품 홍보, 수출보험등 제반 사항들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특히 중소기업의 해외전시회 참가에 대한 지원 확대가 시급합니다. 전시회 참가는 잠재 고객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고 경쟁 기업에 대한 정보와 기술, 디자인의 흐름등을 한꺼번에 파악할 수 있는 주요 기회입니다. 최근 정부 및 지방자치 단체의 중소기업 해외전시회 참가비 지원이 확대되고 있으나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서는 크게 부족한 실정입니다. _전세계 각국의 정상이 모이는 ASEM회의가 1년9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컨벤션센터 설립등 준비상황은 얼마나 진척되고 있습니까. ASEM회의 개최를 위한 컨벤션센터 건설은 무역협회가 책임지고 있지만 사실 이 행사는 국가적인 사업이고 아시아, 유럽의 25개국 정상 및 EU대표부가 모두 참석하는 세계적인 행사입니다. 이미 골조 및 지붕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는등 현재의 공사진척도는 52%에 달해 당초 일정대로 2000년 봄 컨벤션선터를 완공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올해는 인테리어와 조경공사등에 전념하게 되는데 ASEM회의가 2000년 가을에 개최될 예정이므로 2000년 봄까진 모든 공사를 완료하고 반년정도 제반 시설을 점검하며, 시험가동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_바쁘신 가운데 장시간 대담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끝으로 무역업계등에게 당부하시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요. 우리 경제가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아가는 것은 정부와 국민 모두가 지난 1년간 혼연일체가 되어 열심히 노력한 결과입니다. 수출은 외채상환과 고용안정, 소득향상이라는 모든 문제에 직결돼 있어 올해도 우리 경제는 수출에 승부를 걸 수 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경쟁력 강화등 무역업계의 분발을 다시 한번 당부드립니다. 국민들도 수출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해 수출로 애국하는 기업인과 근로자에 대해 많은 격려와 성원을 보내 주시기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정리= 김형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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