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4.9%를 기록, 참여정부 5년간의 평균 성장률은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낮은 4.4%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참여정부 성장률이 이처럼 저조했던 것은 일명 ‘카드위기’로 불리는 신용위기 사태로 인해 3.1%의 저성장세로 막을 열어야 했던데다 외환위기 이후 지속된 투자부진, 정부의 분배위주 정책 등으로 성장동력이 약화된 점이 주요인이 됐다. 외환위기 이전 6.5%를 웃돌던 잠재성장률이 5%도 힘들어 하는 수준으로 주저앉은 상황이다. 이제 우리 경제의 과제는 4%대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차기 정부가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인가에 모아진다. 차기 정부는 ‘7% 성장’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세계 13위의 경제규모를 지닌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을 갑작스레 끌어올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외환위기 이전 6.6%에서 10년 만에 4.5% 수준으로 2.1%포인트나 떨어졌다. 게다가 지난해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지 못한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의 파장이 올들어 급속도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참여정부 5년간 성장률이 그나마 4%대 중반을 유지한 것은 세계경기 호황, 특히 개도국의 수요 증대로 수출이 최고 호황을 누린 외부적 요인이 컸다. 올해는 그 반대로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지고 개도국마저 그 영향권에 진입할 기미를 보이는 등 외부 변수가 비협조적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잠재성장률의 구체적인 ‘수치’에 얽매이기보다는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방향성’에 의미를 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5%대에 못 미치는 잠재성장률을 2%포인트나 올리는 일은 매우 어렵다”면서 “다만 기업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제도적 뒷받침이 된다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 6%대 성장률을 달성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전 지나치게 리스크를 좋아하는 성장지향 경제에서 외환위기 이후에는 그 반작용으로 과도하게 리스크를 회피하는 안전지향으로 돌아서 사실상 지난 2000년대 들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며 “이제 위기 후 10년이 지났으니 시스템이 정상화된다면 잠재성장률이 높아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정부의 투자부진과 전반적인 경제상황은 외환위기의 후유증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데서 비롯된 현상인 만큼 외환위기 10년 고비를 넘기고 들어서는 차기 정부에서 기업들의 투자 마인드를 고취시킬 수 있는 규제완화 및 시장위주 정책을 펼친다면 성장동력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잠재성장률 제고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적잖은 진통을 예고했다. 임 연구위원은 “인구증가율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높이고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 적지않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연구위원은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규진입이 제한됐던 금융업이나 공익성이 강한 법률ㆍ회계ㆍ의료서비스 등 사업서비스 부문에서 규제완화가 있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적잖은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 연구위원은 “1인당 소득이나 국가 경제규모를 감안할 때 차기 정부가 잠재성장률을 5% 중반 이상으로만 올려도 엄청난 성과”라며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의 경제국 가운데 잠재성장률 5%대 중반을 유지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