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선수의 주변은 조용할 날이 없어 보인다. 유명세(有名稅)를 무는 탓인지, 또는 국내 팬들의 극성스런 과잉관심, 과잉기대 때문인지 그대로 놔 두지를 않는다.『언젠가 국적을 바꿀지도 모른다고 말했다』는 인터뷰기사의 해프닝이 엊그제인데 이번엔 미국의 골프 칼럼니스트 데이브 킨드레드가 골프 다이제스트 3월호에 쓴 박세리 선수에 대한 한국인들의 「위험한 사랑」을 비판하는 글이 국내신문에 크게 소개되고 있다.
『한국인들은 박세리선수가 작년에 일궈낸 엄청난 결과에 박수를 보냈으면서도 박세리선수의 사소한 슬럼프나 문제점을 끄집어 내 흥분한다』는 것이었다.
「박세리 선수의 일거수 일투족(一擧手 一投足)를 전하기 위해 밤늦은 시각에도 전화를 걸어대는 한국의 언론」에도 언급했고 박세리 선수를 향한 미친 사랑의 노래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한국적(IT'S KOREAN THING)」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뒤이어 박세리 선수를 잔 다르크에 비유했다. 잔 다르크는 나라를 구한 영웅이었으나 나중에 마녀로 몰려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문제는 박세리 선수의 게임 성적이다. 아무리 입방아들을 찧는다 해도 챔피언 컵을 다시 움켜쥐면 잠잠해 질 것이다. 그런데도 어쩐 일인지 성적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얼마전 이규성(李揆成) 재정경제부장관은 「경제 앞길의 세 가지 걸림돌」이라는 그의 신문기고 첫 머리에 박세리 선수를 인용했다. 『혹시 데뷔 첫해에 좋은 성적을 낸 선수가 겪게 되는 이른바 「2년생 징크스」가 아닌지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초년도에 잘한 데 대한 정신적 부담과 일부 자만심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골프라는 것이 이상해서 잘 치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더구나 초조해 하면 할수록 더 안풀린다. 골퍼라면 누구나 체험하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시합중에 화를 내면 스스로 함정에 빠지는 것이 골프이다.
큰 시합에서 선두 프로들은 으레 서로 신경전을 펴 상대를 견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골프는 기록경기가 아니라 상대보다 한 타라도 덜치면 이긴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라고 하기도 하고 자기와의 싸움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근래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국내에서 떠들어대는 얘기는 나이 어린 여자선수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속상하게 하는 것들뿐이다.
「데이비드 리드베타 코치의 문제, 아버지 얘기, 드라이버 비거리가 줄었다는 신문보도, 홍콩의 로렌스 첸인가 하는 남자 친구와 데이트 한다는 소문, 땅콩 김미현선수와의 비교, 서툰 영어로 외국언론을 상대하지 말라는 충고」등등 보통 사람이라도 기분 잡치게 하는 것들이다.
매일 쏟아져 들어오는 팩스와 전화에 시달리다 못해 박세리 선수는『제발 그냥 두어 달라. 저에겐 따뜻한 격려의 말이 보약』이라고 눈물로 외쳐대고 있다. 이런 것이 박세리 선수 한사람만의 문제일까.
/金容元(도서출판 삶과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