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옛날 장난감


백화점이나 동네 가게에서 파는 장난감 없이도 하루를 즐겁게 보내던 시절이 있었다. 아버지나 친척이 생일이나 명절에 사주면 모든 걸 다 가진 듯 기뻤지만 그것이 없어도 동네 에 있는 돌멩이, 나무, 골목과 하늘에 떠 있는 구름까지 그 자체가 훌륭한 장난감이었다. 지금 아이들이야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겠지만 그때는 주변의 모든 것, 모든 장소가 놀이기구요, 놀이터였다.


△장난감은 문명의 발전과 궤를 같이 했다. 고대와 농경사회에는 흙이나 돌, 나무와 같이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재질로 만든 것들이 주를 이뤘다. 이집트와 로마에서 발견된 인형이나 동물 나무조각상이 대표적이다. 신라 때 나타난 토우도 마찬가지다. 자연과 인간은 장난감을 통해 이렇게 하나됐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흙과 나무는 플라스틱과 쇠로 대체됐고 인형은 기차, 비행기, 레고, 로봇으로 변했다. 그리고 지금 정보기술(IT)의 등장은 이들의 손에 장난감 대신 스마트폰을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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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에게 장난감은 하루의 고단함을 잊기 위한 휴식이었지만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꿈이었다. 블록을 쌓을 땐 건축가로 변신했고 인형놀이를 할 때는 패션리더가 됐으며 기차와 비행기를 들었을 때는 세계를 누비는 탐험가가 됐다. 장난감은 이처럼 꿈과 창의력을 키워 사회 발전을 이끌어 나가는 매개체였다. 미국 웰슬리대학 아동연구센터의 '진흙 장난감이 아이들의 인지능력과 감성, 사회성 발달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게 우연은 아니다.

△터키 에게대학 연구진이 최근 청동기 고분에서 5,000년 전 사람들이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난감을 발굴해 화제다. 돼지나 개, 피라미드 등의 모양을 가진 49개 돌조각으로 이뤄져 있어 체스 또는 보드게임용이 아니었을까 추정한다고 한다. 손가락만 살짝 움직이면 게임은 물론 음악, 영화까지 볼 수 있는 만능 장난감을 갖고 있는 지금 우리 아이들에겐 한심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고대인들이 지금까지 살아 있다면 그렇게 생각할까. 오히려 치열한 입시 경쟁과 스마트폰에 꿈을 빼앗긴 우리 아이들이 더 불쌍해 보이진 않았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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