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한국경제 과신은 금물

9일(현지시간) 오후 뉴욕 맨해튼 47가에 있는 저팬소사이어티 강당.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일본 재무상의 강연을 듣기 위해 무디스ㆍ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국제신용평가기관과 내노라하는 월가(街) 투자기관 분석가들이 강당을 가득 메웠다. 아베 신조 관방장관이 가장 유력한 차기 일본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다니가키 재무상도 후보 출마가 예상되고 있어 그의 발언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는 “일본 경제가 버블붕괴 이후 정부의 과감한 개혁과 금융 구조조정에 힘입어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엔화약세 및 정부재정, 고유가 등 거시경제 전망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식견을 토해냈다. 그는 월가 투자기관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을 지난 것 아니냐는 질문을 쏟아내자 “결코 아니다. 완만한 디플레이션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올해 일본 경제의 초점은 디플레 극복에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의 어조와 말투에는 분명 자신감이 배어 있었지만 일본 사회가 강조하는 겸양의 미덕도 녹아 있었다. 강연을 마치고 떠나는 그를 바라보며 월가의 한 투자자는 “일본 경제가 디플레를 이미 극복했다는 것은 월가의 일반적인 생각인데 일본 재무상이 겸손하게 경제를 진단하고 앞으로 개혁해야 할 일이 더 많다고 언급하는 것을 보고 일본 경제의 진면목을 보았다”고 귀띔했다. 앞으로 한덕수 경제부총리와 박승 한국은행 총재 등 한국 경제관료들도 ‘한국경제 설명회’를 위해 맨해튼을 찾아 월가 투자자들을 만날 것이다. 정부가 이미 제시한 5%의 경제성장률과 내수회복을 내세우며 한국투자를 주문할 것이다. 다만 정부가 너무 무리하게 성장률을 높게 잡고 한국 경제 세일을 하는 것은 아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및 외국인 투자환경, 노동시장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장밋빛 청사진만 늘어놓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월가 투자자들이 식상해 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속내(혼네ㆍ本音)와 다른 겉표정(다테마에ㆍ建前)을 보이는 일본 경제관료의 겸손보다는 현실을 낙관하는 한국 관료의 태도가 믿음이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벌써부터 급변하는 거시경제 변수를 이유로 한국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전반적으로는 올해 한국 경제를 낙관하면서도 고유가와 원화강세 등으로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것. 한국 경제관료들은 현실을 낙관하면서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어야 월가 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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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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