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가을 본격화된 금융위기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 세계가 천문학적인 규모의 구제금융을 풀고 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다. 왜 이런 금융위기가 일어났는가? 이 위기를 피할 수는 없었는가? 이 금융위기를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궁금증이 봇물을 이루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다. 책은 이 모든 질문에 시원하게 해답을 제시한다. 저자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명확한 세계관을 가지되 어떤 특정 이론에 얽매이지 않는 저널리스트이기 때문에 다양한 차원에서 바라보면서 미래를 예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저자는 무수히 많은 객관적인 사실들에 입각해 금융위기의 진전과정을 마치 중계 방송하듯이 독자들에게 전달해주면서 명쾌한 대안도 제시한다. 지난해 2월에 탈고된 것으로 보이는 이 책에서 저자는 “금융시장이 붕괴에 직면해 있다”고 예견하면서 금융산업에 대한 세계적인 민주적 규제만이 금융위기 극복 책임을 제시하고 있다. 인류에게 새롭게 기회로 다가오고 있는 세계화를 통해 정의로운 세계사회로 나아가려면 ‘월가의 탐욕’에 족쇄를 물려야 하며, 더 이상 ‘모래성’을 쌓아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금융위기 극복에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그 동안 수 많은 금융위기 전조가 나타날 때마다 책임을 회피하고 미봉책으로 일관해온 미국, 영국 등이 과연 자국이기주의를 버리고 금융자본에 대한 규제에 동의할 것인가에 대해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세계화의 덫’을 쓴 저자는 이번에 나온 책이 그 속편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또 다른 메시지는 국내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국제적 차원에서도 불평등을 완화하지 않고서는 세계화가 80년 전 처럼 봉쇄경제와 세계대전이라는 자멸의 길로 갈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신자유주의 30년이 지난 지금, 선진국에서는 보수적인 인사들 조차 불평등의 심화가 초래할 정치적 파장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적극적인 재분배 정책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현실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세계금융위기가 주는 교훈이나 불평등의 심화에 따른 정치적 불안에 대한 우려에 공감하면서 한국경제를 바라보면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것 같아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책은 또 다른 화두를 던진다. 기후변화가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화석연료 사용이 초래한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응이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화급히 실천에 옮겨야 할 과제임을 역설한다. 저자가 지구온난화에 대한 선진국들의 책임을 추궁하면서 ‘에코토피아’를 실현하려면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기후정의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데에서는 지식인의 양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책은 지구온난화를 저지하려면 원자력이나 바이오연료가 아니라 태양광, 풍력, 바이오가스가 대체에너지로 선택되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점에서도 이 책은 21세기 인류가 안고 있는 공동의 과제에 대한 진단과 대안 제시에서 성공한 책이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