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왕 빌 그로스(69ㆍ사진)의 신화가 무너지는 것인가.
세계 최대 채권전문 자산운용사인 핌코가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빌 그로스에 대한 의존도를 대폭 낮추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핌코가 지난 2년간 새로 수탁 받은 투자금의 19%만이 그로스가 운용하는 펀드로 유입됐다고 보도했다. 과거 핌코의 신규 수탁액 중 무려 79%가 그로스의 펀드에 쏠린 데 비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핌코의 전체 뮤추얼펀드 자산규모 중 그로스가 운용하는 펀드의 비중 역시 10년 전 84%에서 지난 3월 말 현재 63%까지 낮아졌다. 특히 핌코의 간판 펀드로 세계 최대 규모(2,890억달러)를 자랑하는 그로스의 '토털리턴펀드'의 경우 지난 2년간 신규 수탁액이 펀드 규모의 7.4%에 불과한 215억달러에 그쳤다.
반면 핌코의 새로운 스타 펀드매니저로 급부상하고 있는 대니얼 이바스킨이 운용하는 '인컴펀드'의 경우 같은 기간 펀드 규모(264억달러)의 무려 74.6%에 달하는 197억달러가 새로 유입돼 큰 대조를 보였다.
그로스는 1971년 핌코를 창립한 공동 창업자로 두자릿수의 수익률을 올리며 '채권왕'이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핌코=그로스'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개인의 역량에만 의존하는 운용사는 작은 변화에도 위험도가 커지기 때문에 이 같은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들어 그로스의 투자실적이 변변치 못한 점도 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원인으로 꼽힌다. 토털리턴펀드의 수익률은 2000년대 상위 3%에 들면서 연평균 7.7%의 수익률을 올렸으나 최근 3년간은 상위 14%에 드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실제로 그로스는 이달 초 4월 투자전망 보고서를 통해 자신을 포함해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등은 실제로 위대한 투자자가 아니라 시대를 잘 만나 운 좋게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둔 행운아일 뿐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로스라는 이름만으로 여전히 투자자들은 핌코에 돈을 맡기고 있으며 그가 핌코를 떠날 경우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투자자들도 존재한다. 토털리턴펀드에 170억달러를 맡긴 웨스턴파이낸셜그룹의 로널드 수가멜리 CIO는 "그로스가 떠난다면 투자를 심각하게 재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