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평소보다 문의 늘었지만 용도 불분명 대출은 막혀

시중銀 가계대출 재개… 창구 가보니<br>주택구입용 등은 허용<br>"금리 왜 올리나" 불만도

"오늘부터 대출 받을 수 있는 겁니까."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고 하는데 지점으로 방문해도 되나요." "대출금 용도는 고객이 판단할 문제인데 은행이 왜 간섭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정책으로 중단됐던 가계대출이 재개된 1일. 시중은행 대출 담당자들은 밀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걸려온 전화의 대부분은 대출 여부를 묻는 고객들의 전화였다. 신한은행 수도권 지점의 한 창구직원은 "월초에 대출문의가 많기는 하지만 이날은 평소보다 훨씬 늘었다"며 "대출 대기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출을 부분적으로 중단했던 신한은행ㆍ우리은행 등이 대출을 재개했지만 은행별로 대출기준과 요건이 각기 달라 고객들은 혼선을 겪었다. 대출재개 소식에 막연히 자신도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일부 고객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직장인 이동건(가명)씨는 "대출을 받으려면 다른 사람보다 먼저 가서 신청해야 유리하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점심도 거르고 은행을 찾았는데 마이너스통장 개설을 거절당했다"며 "대출금을 어디다 쓰는지는 고객이 선택할 문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신한ㆍ우리ㆍ농협 등은 용도가 불분명한 대출에 대해서는 여전히 대출 문을 막아놓았다. 주식투자나 부동산투기 등에 활용될 수 있는 직장인 신용대출, 거치식 주택구입자금 등이 대상이다. 주택구입자금이나 전세대출자금 등 용도가 확실한 대출은 허용하지만 이 역시 대출잔액 급증을 예방하기 위해 분할상환으로 유도하고 있다. 우리ㆍ신한에 앞서 지난달 25일 대출을 재개한 농협은 실수요 대출을 증빙하는 고객에 한해서 대출을 승인해주고 있다. 우리은행도 생활자금용 대출은 제한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만기일시상환 방식의 변동금리 대출은 이달 들어서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대출과정은 영업점에서 승인을 내릴 수 있도록 예전처럼 돌려놓았지만 대출 기준은 여전히 까다롭게 설정해놓았다"며 "실수요자 위주로 대출을 승인한다는 방침 아래 용도가 불투명하고 투기목적으로 쓰일 수 있는 대출은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이 대출을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대출금리를 인상한 것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우리은행은 지난주부터 일부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20%포인트 올렸고 신한은행은 마이너스통장 대출금리를 0.50%포인트나 인상했다. 이에 따라 일부 창구직원은 고객들에게 자사 상품의 금리가 더 높으니 타 은행 상품을 권하는 웃지 못할 풍경도 벌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수요자라면 금리인상분을 감당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실시한 것이지만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고객 입장에서는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은행도 이 부분을 고민하고 있지만 금융 당국의 의지가 워낙 강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