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게이트를 막기 위해서도 로비양성화는 필요하다.”(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
“현 풍토상 제도의 실효성이 의문시 되고, 기존 사법체제를 흔들 수 있어 도입에 반대한다.”(변협 고위 관계자)
정부가 로비스트법(로비법) 도입을 위한 내부 검토작업에 본격 착수함에 따라 이 문제를 둘러싼 찬반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정부도 가세, 로비법 도입 다시 공론화
정치권 중심으로 논의돼 오던 로비법이 정부 차원으로 확대되면서 공론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올들어 터진 법조브로커 사건,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 로비의혹 등의 대형 게이트가 터지면서 로비의 양성화가 어떤 식으로든 필요하다는 여론도 다시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로비법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8월 열린우리당 보좌진 협의회가 소속 보좌진 1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는 우리사회가 로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국내의 특정기업 또는 기관, 단체가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의원이나 보좌관들과 접촉한 연간 횟수가 30회 이상이라는 답변이 31%를 차지했다. 특히 연간 10회 이상 접촉을 한 경우는 전체 74%에 달해 의원 및 보좌진을 대상으로 한 국내의 기업 또는 기관, 단체의 로비활동이 매우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의 불법ㆍ탈법 등을 규제할 아무런 법적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각 영역에서 만연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로비행위가 위험수위에 달한 만큼, 이제는 이를 공개하고 제도권 내로 흡수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입시기 됐다” VS “시기상조” 도입 찬반 팽팽
법조 브로커 김홍수씨는 물론 관공서 민원을 해결해 주는 이권청탁형 브로커 등 각종 브로커가 일상에 퍼져 있는 상황에서 로비법 도입을 통해 로비활동을 모두 공개하고, 로비스트를 지정해야 한다는 게 도입 찬성진영의 목소리다. 이은영 열린우리당 의원은 “사회 전체를 뒤흔드는 각종 게이트를 없애기 위해서도 로비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로비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경련 등 재계단체도 로비자체가 투명하지 않음에 따라 생기는 이권청탁, 정경 유착관행 등을 없애기 위해 로비법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로비 합법화를 통해 기업부담은 물론 사회적 비용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도입에 찬성했다.
그러나 도입에 부정적인 시각도 거세다. 대한변협이나 일부 시민단체 등은 국내상황을 감안할 때 로비법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특히 변협은 로비스트 직종이 새롭게 생겨날 경우 변호사 영역을 침해할 가능성 때문에 강력한 반대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변협 관계자는 “로비활동은 입법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사실상 법률활동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는 변호사 아닌 자가 변호사 사무를 할 수 없는 변호사법에 위배된다”며 반대했다. 참여연대 관계자 역시 “돈 많은 사람들이 입법을 좌지우지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로비 만연화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도입반대를 주장했다. 대신 정책입안 과정을 좀더 투명하게 하는 보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시민단체의 지적이다.
◇로비법 입법 가속화될까?
로비스트 양성화와 관련, 민주당 이승희과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이 ‘로비스트 등록 및 활동 공개법’ 등과 같은 관련법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황이다. 무소속 정몽준 의원 역시 성격은 약간 틀리지만 ‘외국대리인 로비활동 공개법’을 발의한 상태다.
최근에는 국가청렴위원회도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입법검토 계획을 밝혔고, 법무부도 내년 초를 목표로 관련법 초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로비법 도입을 놓고 주도권 경쟁도 치열해 지면서 입법과정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하지만 ‘로비=불법’이라는 국민적 인식이 팽배한 상황이고, 로비법 도입에 따른 관련법을 도미노식으로 손질해야 상황인 만큼 입법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