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주력 수출품도 슬금슬금 밀린다

선진·후발국 틈새서 고전…주요 시장 모두 점유율 뒷걸음질


한국의 주력 수출제품들이 해외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중국 등 후발국의 가격공세에 밀리는데다 일본을 필두로 한 선진국의 고부가시장 선점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지면서 일반제품은 물론 반도체와 자동차ㆍ선박ㆍ플랜트 등 핵심 제품들의 시장점유율도 슬금슬금 떨어지고 있다. 4일 서울경제신문이 글로벌 경기침체와 국내 금융 및 외환시장 불안정의 여파를 진단하기 위해 미국 뉴욕, 중국 상하이, 일본 도쿄 등 KOTRA의 19개 해외무역관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최근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들에 대한 바이어들의 주문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설문에 응한 해외무역관 가운데 25.3%는 ‘경기불안 등으로 최근 현지 바이어들의 한국 제품 구매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52.86%는 ‘약간 위축되고 있다’고 답해 부정적인 응답이 78.16%에 달했다. ‘지난해와 비슷하다’는 무역관은 15.8%였으며 ‘활발해졌다’고 답한 경우는 단 1건에 불과했다. 특히 무역관들은 이 같은 한국 제품의 수출부진 양상을 해당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글로벌한 현상(78.95%)’이라고 받아들여 개별 대응보다 총체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더 큰 문제는 해외시장에서 국산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7월 현재 국산 제품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2.31%로 지난해 같은 기간(2.43%)보다 0.12%포인트 떨어졌다. 중국시장에서도 지난해 10.88%에서 올해 10.04%로 하락했고 유럽연합(0.98%→0.90%)과 일본(4.39%→3.98%)에서도 점유율이 하향곡선을 나타냈다. 주요 수출국 시장 모두에서 한국 제품이 밀려나는 양상이다. 무역협회의 한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올해 전세계 교역규모가 늘어나는 가운데 한국 제품의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우리 주력제품들이 주요 시장에서 고전하는 것은 중국의 가격공세와 EUㆍ일본의 기술공세의 틈바구니에서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고부가치화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해외무역관 중 32%가 한국 제품의 수출이 부진한 이유로 ‘가격경쟁력 상실’을 꼽았고 94.7%는 ‘중국이 한국 제품을 가장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고 답했다. 83.3%는 “브랜드 이미지가 낮아 한국 제품의 평판이 낮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1997년 이후 11년 만에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올 들어 8월 말까지 한국의 누적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115억7,000만달러에 달했다. 여기에 국내 제품의 경쟁력 약화로 바이어들의 주문마저 줄어들어 11년 만의 무역수지 적자가 기정사실화되는 국면이다. 런던 무역관의 한 관계자는 “후발 개발국들의 거센 도전 속에 수출감소가 현실화되고 있어 고부가가치화가 시급하다”면서 “특히 일본과 주력 수출품이 겹치는 상황에서 원천기술 확보와 브랜드 이미지 제고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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