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CEO와 talk, talk] 김기석 로만손 사장 "토털패션사업 확장 주력할것"

한때 영화제작…감성적인 일 내게 잘맞아

김기석 로만손 사장이 “이 시계가 바로 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착용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선물했던 그 시계”라며 활짝 웃어보이고 있다. /김동호기자

시계ㆍ쥬얼리회사 로만손의 가락동 본사를 방문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의 마지막 날이었다. 김기석(46) 로만손 사장은 마침 보고 있던 TV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의 친형이자 로만손 회장인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언뜻 화면에 비쳤다. “김 회장님 얼굴이 좋아지셨다”고 운을 떼자 “담배를 끊더니 확실히 좋아지더군요. 전 아직 하루에 한 갑 반은 핍니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로만손은 지난 2004년 북한 개성공단 시범단지 진출을 결심, 2005년 8월부터 북한산 시계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주위에선 ‘모험’이라고 만류했다. 김 사장은 “나 역시 처음엔 부정적이었다”며 “하지만 회장님은 한국의 시계부품업체가 도산하지 않기 위해선 개성이 대안이라면서 단호하게 결정을 내렸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형님’이 아닌 ‘회장님’이라 불렀다.) -그 일화만 들어도 형제지만 성격이 다른 것 같습니다. ▦회장님은 외향적이신 반면 저는 감성적인 경향이 있죠. 회장님은 한국시계조합 이사장으로 일할 때도 책임감이 강했고, 현재는 중앙회를 끌고 나가는 일에 열성적이세요. 전 그런 일보다 꿈이나 이상을 실현하는 일을 더 좋아합니다. 예를 들자면 쥬얼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J. ESTINA)를 예쁘게 만들어서 세계인들에게 사랑 받는 것에 더 보람을 느낍니다. -두 분이 자주 얼굴을 보시나요. ▦거의 못 봅니다. 회사에 거의 못 오시니까요. 한 달에 한 번 여의도에 가서 점심을 먹는 정도. 회사에 대해선 거의 서면으로 보고하고요. -이번 정상회담이 개성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습니까. ■ 개성공단 활성화 기대 커 ▦그럼요. 기대가 큽니다. 개성공단이 실무적 문제만 해결된다면 땅값도 싸고, 인건비도 싸죠. 중국으로 나갔던 국내업체는 물론 해외업체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예전에 롤렉스는 시계부품을 한국에서 조달했습니다. 개성도 충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죠. (소매를 걷으며) 이 시계가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에 갈 때 착용했던 ‘ADEL 7238모델’이에요. 개성공단에서 첫 생산했던 제품이죠. -김 회장이 중앙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올해부터 경영을 총괄하시는데요. 경영성과가 좋아서 회장이 ‘진작 맡길 걸’이라고 농담까지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올해 상반기엔 지난해보다 매출이 30% 늘었죠. 하반기에도 추세가 이어질 것 같고요. 하지만 쥬얼리 사업을 확장하는 내년이 더 중요합니다. 내년 가을겨울 시즌에는 제이에스티나의 공주(princess) 컨셉을 가지고 토털패션기업으로 사업을 확장해요. 주력상품을 핸드백으로 할 지, 에스테틱으로 할 지 둘을 놓고 지금 고민 중입니다. -공주 컨셉에 대한 20~30대 반응이 좋습니다. 제이에스티나의 산파 아니십니까. ■ 공주 콘셉트로 쥬얼리 사업 ▦제가 처음부터 관여를 했지요. 2003년 20~30대를 겨냥해 런칭한 브랜드 제이에스니타는 이탈리아 공주를 모티브로 만들었어요. 인물을 설정하면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것이 장점입니다. 제이에스티나의 조반나 공주가 불가리아로 시집가면서 이에스돈나(E. S. donna)가 되죠. 그래서 이에스돈나가 40~50대를 위한 고급 쥬얼리 브랜드로 태어난 겁니다. 제이에스티나 고객은 자연히 나이가 들면서 이에스돈나 고객이 됩니다. 이번에 탤런트 김희선 씨가 약혼식에서 이에스돈나를 착용했어요. 여자라면 누구나 공주가 되고 싶지요. 앞으로 패션사업도 라이프사이클에 따른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나갈 계획이에요. -해외에서도 공주 컨셉이 통하나요. ▦나라마다 많이 달라요. 예를 들어 중국 같은 경우는 쥬얼리, 즉 보석이라면 아직도 금송아지, 황금열쇠 같은 재산의 개념입니다. 하지만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느껴요. ‘신명품’ 즉 브랜드 가치가 높으면서도 가격은 합리적인 쥬얼리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죠. 희망적입니다. -현재 로만손은 고급시계를 스위스에서 만듭니다. 쥬얼리도 전략적으로 해외생산을 선택해야 하지 않나요. ■ 제이에스티나 본사 伊이전 검토 ▦그렇지 않아도 내년 초쯤 제이에스티나의 본사를 이탈리아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어요. 회사 전체가 옮기는 것은 아니고 국내법인은 제이에스티나 코리아로 남겨둘까 합니다. 로만손은 사업초기부터 글로벌 기업을 지향해 세계 시계시장에서 우뚝 섰습니다. 쥬얼리 시장은 시계시장보다 몇 십 배는 커요. 제이에스티나를 패션 브랜드로 런칭한다면 얼마든지 사업 확장이 가능합니다. -공학도 출신이신데 패션이라니, 많이 다릅니다. ▦(웃음) 전 감성적인 일이 잘 맞습니다. 80년도엔 충무로에서 영화제작을 한 적도 있어요. 최수종 씨와 하희라 씨가 주연했던 ‘풀잎사랑’은 제가 제작했습니다. 하지만 데모하고 최루탄 터지던 시절에 영화가 어디 잘 되겠습니까. 그땐 어렸죠. -다시 (영화 제작)해보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전면으로 뛰어들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기회가 있다면 정말 멋진 영화 한 편 만들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요.
70여개국에 판매망…"올 매출 61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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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8년 손목시계회사로 출발한 로만손은 2003년 쥬얼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J. ESTINA)'를 런칭하면서 글로벌 토털 패션기업으로 전격적인 변화에 시동을 걸었다. 자체 브랜드 없이 OEM방식의 안전한 수출에만 의존해오던 다른 시계업체가 지난 98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쇠락한 것과 달리 로만손은 일찌감치 자체 브랜드로 해외수출에 나서 세계 70여 개국에 판매네트워크를 구축해 살아 남았다. 2003년 하반기에 런칭한 쥬얼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는 '공주(princess)' 컨셉으로 젊은 여성들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얻으며 3년 만에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시계부문보다 매출비중이 커져 확실한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았다. 또한 2005년부터 시계부품 협력업체를 입주시켜 가동하기 시작한 북한 개성공단은 원가절감 효과 뿐 아니라 '북한산'이라는 프리미엄을 얹어주면서 로만손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로만손은 올해 매출 600억~610억원, 영업이익 50억원 등 창사 이래 최대실적을 예상하고 있다. 또한 신규 패션브랜드를 런칭하는 내년에는 매출 800억원, 영업이익 80억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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