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저무는 패션쇼핑몰 시대


'밀리오레'는 현재 20대를 보내는 사람 누구에게나 중ㆍ고등학교 시절을 대표하는 '추억의 장소'다. 당시 밀리오레로 대표되는 패션 쇼핑몰들은'옷 잘 입는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라면 누구나 찾아야 했던 패션의 메카였다. 무엇보다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 고객들이 큰 부담 없이 자기 입맛에 맞는 다양한 디자인의 옷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이들 쇼핑몰은 한동안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현재 영업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쇼핑몰 업체들의 모습에서는 과거의 영화(榮華)라고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해가 다르게 줄어드는 손님에 적자를 견디지 못한 상인들까지 잇따라 철수하면서 매장 곳곳은 텅 비어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특히 선구자 격인 밀리오레의 잇따른 사업 철수는 '저무는 쇼핑몰 시대'를 상징하는 씁쓸한 장면이다. 지난 2007년 대구 밀리오레가 매각된 이래 급기야 강북 패션을 대표하던 명동과 신촌 밀리오레도 각각 호텔과 이마트로 바뀔 전망이기 때문이다. 쇼핑몰들의 몰락은 업체들이 스스로 불러들인 측면이 크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한 온라인몰의 급부상과 글로벌 트렌드를 즉각 반영하는 패스트패션(SPA)의 공세에도 쇼핑몰 업체들은 변변한 대응 없이 손을 놓고 있었다. 아니 대응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인 듯하다. 매장을 분양형태로 점주에게 팔아넘긴 이들 업체에게는 점포를 대표하는 온라인몰을 오픈 하는 등의 일괄적 마케팅을 벌일 권리도 능력도 없었다. 한때 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던 패션 쇼핑몰의 쇠락은 다른 유통업체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로 시대의 변화를 외면한 유통업체는 결국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다. 떠오르는 고객층인 20~30대의 니즈를 거부하고 기존 영업방식을 고수하던 일본 백화점들 역시 국내 쇼핑몰들과 같은 함정에 빠져 현재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특히나 트렌드에 민감한 유통업계에서 '혁신'을 버리는 것은 생존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업체들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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