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투자손실 만회 "때를 기다려라"

투자손실 만회 "때를 기다려라" [조영훈기자의 개미 新투자전략] 지난 달 중순 데드라인에 쫓겨 기사작성에 열중이던 필자에게 한 여성독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방에 거주하는 개미투자가라고 밝힌 이 투자가는 상담을 원해서 서울까지 찾아왔다고 해 만나 상담해 준 적이 있다. 이 투자가는 작년 하반기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했다고 한다. 공무원 생활을 하던 남편이 퇴직하면서 목돈으로 받은 퇴직금과 일부 대출금을 합쳐 약2억원에 가까운 돈을 주식에 투자했는데 올들어 주식시장의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손실에 손실을 거듭, 500여만원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 투자가가 상경했을 때에는 본인의 답답한 마음을 하소연이라도 해보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고 또 실낱 같은 희망이지만 손실을 만회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필자는 이 투자가와의 면담에서 주식투자를 통해 손실금을 다시 만회하겠다는 생각을 포기하도록 조언했다. 장성한 자녀들에게 주식투자에 따른 손실을 토로하고 그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어렵지만 위기를 넘기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말도 곁들였다. 다행히 이 투자가는 세 자녀를 훌륭하게 키워놓은 상태였다. 그녀의 장남은 내년초면 대학원을 졸업해 취업이 가능해졌고 둘째 아들은 지방에서 공중보건의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출가한 딸은 교편을 잡고 있었다. 필자에게 묘안이 나올 것을 기대하던 이 투자가는 희망이 무너져버린 듯한 표정을 뒤로하고 귀향했다. 한 달여가 지난 몇 일전 이 투자가로부터 다시 등기우편 한 통이 배달됐다. 편지의 요지는 추가적으로 돈을 융통해 주식투자에 나서 원금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올해 주식시장은 사상 유례없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 투자가와 비슷한 처지에서 고민하고 있는 개미투자가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돼 그녀에게 보내는 답장을 이 지면으로 대신한다. J여사님께 보내주신 편지는 잘 받아보았습니다. 마음을 다소 추스리신 것으로 보여져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따님에게 주식투자에 따른 손실을 알리신 용기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러나 여사님께서 다시 주식투자를 통해 손실을 만회하려고 생각하신다는 내용을 보고 무척 당황했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한 끝에 다시 한번 주식투자에 나서는 것을 말리기로 결심했습니다. 먼저 증권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너무 좋지 않은 점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국내경기는 올초까지 호황기를 끝내고 이제는 본격적인 침체국면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주식시장이 다시 활황세로 돌아서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투자에 나설 시기가 아닙니다. 또 여사님처럼 증권이나 경제에 관한 지식이 부족한 분들이 뉴스나 인터넷의 정보만을 가지고 투자하기에는 주식시장이 너무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한 주식이 오르면 다른 주식이 따라서 오르는 그런 시장은 더 이상 오지 않습니다. 전날 미국시장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종목이 강세를 보이는지도 실시간으로 알아야하고, 미국의 경기지표와 대표적인 미국기업들의 실적전망까지도 파악하고 있어야 되는데 현실적으로 일반투자자들은 이러한 정보를 취할 방법이 많지 않습니다. 또 여유자금으로 투자해도 주식시장에서 이익을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여사님처럼 절박한 상황에서 주식투자에 나서면 주식시장이 아무리 활황을 보이더라도 이익보다는 손실을 낼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봅니다. 우리경제의 앞날이 과연 좋아질 수 있을 지에 대한 확신이 설 때까지는 주식투자를 통해 이익을 내기는 대단히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언론이나 정부가 지난해 이후 우리나라가 경제위기를 잘 넘기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 모범국이라고 자만에 찬 목소리로 떠들어대는 상황에서 여사님과 같은 개미투자가들이 주식투자로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주식투자에 나선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주식투자에 나선 만큼 그에 따른 경제적인 손실도 결국 본인이 감당해 낼 수 밖에 없습니다. 누구나 인생에서 실패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식투자 실패가 자칫 인생의 실패로 연결될 수도 있습니다. 여사님은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워낸 우리나라의 모범적인 가정주부입니다. 주식투자에 실패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일생동안 쌓아놓은 공이 사리지지는 않습니다. 가정을 경제적인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자책감에서 벗어나 자녀들과 함께 이 아픔을 나누시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시기를 조언합니다. 조영훈 기자 입력시간 2000/12/03 18:51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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