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김진석 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0,917% 아닌 0.93323%" 정확히 측정<br>공기무게도 알려진 것 보다 0.01% 더 무거워<br>각종 정밀질량측정 연구에 큰 도움 줄 듯

김진석(가운데) 박사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물질량표준부 가스분석표준그룹 연구진. 기존 공기 조성 오류를 밝혀내는 등 세계 최고수준의 가스분석 표준기술로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5일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10월 수상자로 선정된 김진석 표준과학연구원 물질량표준부 책임연구원은 대기 중 공기의 아르곤(Ar) 농도를 정확히 측정, 지난 69년 미국 국립표준기술원(NIST)에서 만든 뒤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 통용돼온 공기조성 비율의 오류를 밝혀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수증기를 제외한 공기의 농도는 대략 질소(N₂) 78%, 산소(O₂) 21%, 이산화탄소(CO₂) 0.01% 정도고 나머지는 아르곤이 차지한다. 이 아르곤 농도는 지금까지 NIST에서 정의한 ‘0.917%’를 사용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김 박사팀이 정밀 가스질량분석기로 공기 중 아르곤 농도가 실제로는 ‘0.9332%’이고 분자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질소 농도는 그만큼 줄어듦을 증명함으로써 전체 공기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0.01% 더 무겁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공기 무게가 문제시되는 것은 이것이 곧 일반 물체의 무게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물에 뜨는 현상과 마찬가지로 모든 물체는 대기 중에서 공기의 부력을 받는다. 가령 진공상태에서 1㎏으로 정확히 측정된 물체를 대기 중에서 측정하면 공기의 부력을 많이 받아 1㎏보다 가벼워진다. 물체는 공기가 무거울수록 부력을 많이 받고 실제 질량보다 작게 측정된다. 공기가 0.01% 더 무거울 경우 1㎏ 스테인리스강의 무게는 15㎍(마이크로그램ㆍ1㎍은 100만분의 1g)만큼 가벼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롭게 밝혀진 공기의 무게로 1㎏ 스테인리스강에 숨어 있던 15㎍이 발견됐다. 이는 사람의 몸무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신체의 70%가 물로 구성된 사람은 스테인리스강보다 부력을 8배나 많이 받기 때문에 추가되는 질량도 8배 정도 더 크다. 가령 현재 기준으로 100㎏인 사람은 사실은 0.012g 더 가벼운 셈(1㎏ 경우 120㎍)이다. 이에 따라 현재 사용되고 있는 표준분동(저울을 교정할 때 무게표준으로 사용하는 추. 일반적으로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든다)을 교정할 필요가 생겼다. 지금은 0.01% 가벼운 공기에 분동을 맞췄기 때문에 이를 바꿔야 하는 것. 공기의 무게는 일반적으로 1기압, 1㎥ 기준으로 1.2㎏ 정도 된다. 그동안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도량형총국(BIPM)은 ‘무거운 쇠와 가벼운 솜’의 실험이라는 방식으로 1㎏ 표준분동의 부피를 달리해 일반 대기 중과 공기가 없는 진공상태에서의 측정결과를 비교하는 실험을 해왔다. 실험 결과 대기 중에서 분동이 받는 공기의 부력 값을 질량으로 환산해 측정 결과에 더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진공 중 측정과 항상 일정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BIPM은 부력 보정시 적용된 공기의 밀도에 오류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산하조직인 물질량자문위원회에 문의했고 위원회는 영국ㆍ네덜란드ㆍ미국 및 한국의 표준기관에 대기 조성 분석을 의뢰했다. 이중 유일하게 김 박사팀이 소속된 표준과학연구원만이 공기의 조성을 정확히 측정, 2003년 4월 결과를 보고했다. 이것이 질량 및 화학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새로운 아르곤 농도로 받아들여진 것. 새로운 아르곤 농도를 적용하면 1㎏ 표준분동의 대기와 진공 중 측정실험에서 발견한 차이가 없어진다는 결론이 나왔다. 김 박사팀은 아르곤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먼저 고압용기에 공기의 조성을 이루는 각 순수 가스의 무게를 측정해 정확한 조성을 알 수 있는 합성공기를 제조했다. 그리고 이를 안면도 한국지구대기감시관측소와 미국 콜로라도 해양기상청(NOAA)에서 채취한 두 순수 자연공기와 비교 분석해 측정 결과를 얻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각 나라가 보유한 1㎏ 질량 원기(原器)의 정확성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각종 정밀질량측정 연구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질량원기용 저울이 0.1㎍까지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1㎏ 표준분동 질량측정에서 기존 공기 밀도의 적용으로 발생한 15㎍ 오차를 없앤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를 정리한 ‘질량원기 비교에서 부력 보정을 위한 공기 중의 아르곤 농도 재결정’ 논문은 측정 분야의 국제 권위지 ‘메트롤로지아(Metrologia)’ 2004년도 12월호에 이달의 논문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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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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