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3월 22일] '물 관리'에 대해 바로 알자

매년 3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지난 1992년 유엔이 이날을 제정했던 근본 취지는 개발도상국들의 열약한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세계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 '물의 날' 행사에서는 개발도상국 물 문제 대신 우리 물 문제가 주된 관심이 되고 있다. 특히 언론은 이날에 맞춰 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기사를 일제히 내보내는 것이 관행이 되다시피했는데 이런 일회성 관심이 오히려 우리 물 문제를 직시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언론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잘못된 상식 몇 가지를 살펴보자. 상수원 수질 비관론이 불신 초래 첫째, 언론은 우리나라 상수원의 수질오염도가 아직도 심각하다는 보도를 일삼는데 이런 일방적인 논조는 결국 국민들이 수돗물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게 하고 수질관리에 막대한 투자를 불러와 국가예산 낭비를 불러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여년 동안 하수처리장 건설과 하수관거 정비에 매년 조단위의 투자를 해 이제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 단위 인구당 및 단위 국토면적당 하수처리장 수가 가장 많고 하수처리율 또한 매우 높은 나라들 중 하나가 됐다. 그 결과 영산강 일부 지역을 제외한 4대강 상수원 수질은 지난 10년 전, 20년 전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사정이 그럼에도 정부는 하천수질 개선을 빌미 삼아 여전히 환경기초시설 설치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그 연장선상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 역시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둘째, 상수원 수질의 과도한 비관론이 결국 수돗물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면서 정수기 사용이 일상화하는 기이한 풍조(?)를 낳고 있다. 일본이나 미국 등지를 여행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호텔방 수도꼭지에 '이 물은 식수로 마실 수 있다'는 명패가 붙어 있는 것에 놀랐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수돗물 수질 역시 그런 선진국들에 못지않은 수준에 이르렀음에도 우리는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것이 마치 사회적 금기나 되는 것처럼 백안시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4대강 수질개선 이상으로 정수처리와 상수도시설 개선에도 막대한 예산을 투여해 이제 전세계에 정수처리기술을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여기에 상수원 수질 역시 과거보다 크게 좋아지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고가의 정수기 구입과 전기 및 수돗물 낭비 등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물의 날 언론기사에서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물 부족에 대한 우려다. 이런 물 부족론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를 주된 원인으로 삼고 전세계적으로 수자원을 둘러싼 분쟁이 만연하고 있다는 점을 배경 삼아 전개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는 우리가 물 부족을 걱정해야 하는 합당한 이유라고 말하기 어렵다. '물부족' 국가부추기기삼가야 먼저 우리나라의 강수량 자료를 보면 지난 수십년 동안 기후변화 경향과는 상관없이 오히려 조금씩 증가하는 경향을 띠고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수자원 수요가 지금도 꾸준히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수요의 증가 속도 못지않게 수자원관리시설 확대 및 기술의 전문화 등으로 공급 능력 또한 크게 신장되고 있다는 점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사실상의 섬나라이다. 따라서 수자원을 둘러싸고 국가 간 분쟁이 초래될 이유도 없고 간혹 있었던 지자체 간 물다툼은 그것을 빌미 삼아 새로이 수자원시설을 확대할 필요조차 없는 지엽적인 것에 그쳤다. 사정이 그럼에도 기회 있을 때마다 물 부족을 부추기는 인사들은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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