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KDI 경제정책 제언] “수출-내수 불균형 내년 하반기엔 개선”

한국개발연구원이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지난 3분기에 예상했던 것보다 무려 0.5%포인트나 높여 5.3%로 수정한 것은 성장동력인 수출의 신장세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하반기에는 내수까지 회복된다는 분석에서 비롯되고 있다. 수출과 내수간의 극심한 양극화를 보이던 경기가 내년 하반기쯤에는 균형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경기, 내년 1분기부터 급속회복한다=KDI는 당장 내년 1분기 중 4%중반의 성장률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는 올 3분기 실적 2.3%, 4분기 추정치 3.1%를 감안할 때 경기가 `U`자형의 완만한 회복이라기 보다는 `V`자형 회복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내수부진은 상반기까지 지속되기 때문에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하반기에 가서야 풀릴 것이라고 KDI는 진단했다. 무엇보다 수출과 내수간의 불균형성장이 내년 하반기부터 균형성장으로 개선된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수출증가율은 상반기중 15.1%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하반기에는 9.8%로 다소 떨어지지만 대신 민간소비는 상반기 3.5%에서 하반기 5.0%로 좋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수출물량증가에 따른 기업의 설비투자압력이 높아져 올해 마이너스 성장한 설비투자가 내년 하반기에 무려 15.2% 늘어날 것으로 KDI는 전망했다. 이 같은 증가율은 올해 부진한데 따른 상대적 반등요인을 감안한다 하더라로 투자심리가 완전히 풀릴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재정지출 줄이고 감세정책 펴라=KDI는 내년 예산안(117조원)이 다소 긴축적 정책 기조로 판단되지만 내년중 빠른 경기회복 전망을 감안할 때 긴축 기조를 변화시켜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사실상 정부의 3조원 예산증액 방침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KDI는 오히려 외환위기 후 재정지출이 급격히 증가함으로써 재정수지가 악화되고 조세와 국민부담(국민연금 등 사회보장비용)이 늘어나는 통에 `성장동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중장기 세제개혁을 추진해 특별소비세를 면제하거나 인하하고 2006년부터 시행할 예정인 법인세율 2%포인트의 인하시기도 1년 앞당길 것을 권고했다. 조동철 거시경제팀장은 “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민부담율 증가추세를 둔화시키지 않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경우 과도한 국민부담이 지속적인 성장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KDI는 금리정책에 대해서는 경기회복을 지원하도록 현재 수준의 저금리정책을 유지하되 경기회복속도가 빠를 경우 점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환보유고 증가 관리하라=주목되는 점은 KDI가 외환보유고가 지나치게 빠르게 증가하는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KDI가 민감한 환율정책에 대해 코멘트하는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다. KDI는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외환보유고의 급증은 최근 심화되고 있는 수출과 내수의 괴리를 확대시키고 있다”며 “내수회복에 부담을 주지 않을 정도로 외환보유고 증가속도를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환율방어를 위해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외환보유고를 늘리면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이 경우 내수 보다는 수출 수요를 높인다는 분석이다. KDI의 이 같은 지적은 정부가 환투기 세력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원화로 달러를 사들이는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이 외환시장의 달러수급을 왜곡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수에도 좋지 않은 영향까지 줄 수 있다며 외환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구찬기자 chan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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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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