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가 신한은행, 신한카드, 제주은행 등 신한금융지주 주력 3사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한 단계씩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여부와 관련된 규제당국의 수사,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에 대한 직무정지 등 경영진이 내홍을 겪은 데 따른 것이다. 앞서 다른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S&P가 ‘신한사태’로 인해 평판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낸 바는 있지만 실제 등급전망을 낮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치는 24일 “신한은행ㆍ신한카드ㆍ제주은행의 기업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피치는 신용등급 전망 조정 이유에 대해 “신한은행의 지배구조 관련 논란과 신한금융을 상대로 한 고소에 따른 재정상태와 평판에 대한 영향을 반영했다”며 “이번 고소사건이 신한은행의 재정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 추정하기 어렵지만 중기적으로 신용을 주요하게 악화시키는 촉매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논란과 더불어 신 사장에 대한 직무정지 등 최근 불거진 ‘CEO리스크’가 신한금융 주력 계열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떨어뜨리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피치는 또 “가까운 시일 내에 고위경영진이 바뀌는 지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며 “앞으로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에서 눈에 띄는 개선이 이뤄진다면 신한은행의 등급 전망은 다시 안정적이 되겠지만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상태가 악화된다면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는 이어 “신한은행은 그 동안 안정적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팀워크 덕에 가장 잘 경영되고 있는 은행 중 하나로 알려졌지만 최근 고소사건은 이 같은 평판을 더럽혔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피치는 신한금융이 신용평가사들이 만족할만한 조직안정과 내부통제 개선책을 내놓지 못할 경우 실제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다만 피치는 현재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등 신한금융 3사의 근본적인 경쟁력은 여전하다는 점을 인정해, 장기외채발행등급 등 주요등급은 재조정하지 않았다. 장기외채발행등급은 신한은행이 ‘A’, 신한카드가 ‘A-’, 제주은행이 ‘BBB+’다.
한편 신한금융지주는 오는 28일 이사회를 열어 신 사장의 업무를 대신할 사장직무대행을 선임할 예정이다. 신한금융은 이에 대해 “지난 14일 이사회가 신 사장의 직무정지를 의결한 이후 대표이사와 사장 직무를 겸임하게 된 라 회장의 업무량이 과도해져 사장직무대행을 선임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사장직무대행은 지주사의 일반적인 업무 결재 등을 처리하게 되며 라 회장은 대표이사로서 이사회에 보고될 중요 사항에 대한 결재를 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