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총, 파업대처 전술 달라졌다

사전 '물밑 공론화'로 노조 예봉 꺾어

노동계 파업에 대한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이수영)의 대응 전술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노조 파업이 발생한 뒤 성명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이제는 파업이 본격화되기 앞서 조용히 '물밑 작업'을 통해 파업의 문제점을 알리고 여론을 통해 이를 공론화하는 식으로 접근방식을 바꾼 것이다. 15일 경총에 따르면 이 단체는 올해 노동계 '하투(夏鬪)'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파업에 대한 의견'이라는 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이 자료는 공개적적으로 발표하는 성명이나 입장은 아니지만 `의견'이라는 형식을 통해 파업 상황과 문제점, 경총의 의견 등을 담아 여론화를 시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50일을 넘긴 코오롱 구미공장 파업에 대한 '경총의 의견' 보도자료는 가장 최근 것을 제외하고 모두 파업이 본격화되기 앞서 언론에 전달돼 파업의 확산을 미연에 차단하려는 경총의 의도를 잘 보여줬다. 주목할 사실은 병원노조 파업을 제외하고 서울지하철 노조, LG칼텍스정유 노조,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코오롱 구미공장 노조 등의 파업에 대해 경총이 일관되게 고임금 노동자들의 집단이기주의적 파업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경영권에 관한 사안으로 단체협상 대상이 아니고 노조가 폭력 등 불법을 자행했다는 문제점 지적도 있었지만 가장 무게가 실린 것은 역시 파업 노조원들이 사회통념상 높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점이었다.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경제불황에서 경총의 이같은 주장은 비록 공식 성명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또 `재생산'되면서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서울지하철노조 파업이 고임금 노동자들의 '배부른 파업'이라는 여론의 질타를 받고 사흘만에 막을 내린데 이어 LG칼텍스정유 노조 역시 비슷한 이유로 언론의 따가운 질책을 받으면서 회사측에 완패, 경총의 `사전 공론화' 전술이 상당히 효과적임을 보여줬다. 특히 연봉 1억원 안팎의 고임금 노조로 언론에 소개된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경우, 파업 움직임조차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시점에 경총이 `발빠르게' 이를 파악해 현황과 문제점을 기자들에게 전달함으로써 파업 이전에 문제를 공론화하는 `성과'를 거뒀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파업안을 가결시켰지만 파업을 유보한 상황에서 집중교섭을 통해 결국 파업을 철회한 것도 경총의 물밑 작업으로 유발된 여론의 따가운 시선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경총 내부에서는 이같은 사전 공론화 작업이 `하투'의 확산을 막는데 상당 부분 기여한 것으로 판단하고 향후에도 이같은 전술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경총 관계자는 "예년의 경우, 파업이 결정되거나 이미 심각한 상황에 접어든 뒤성명을 발표함으로써 노동계와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부작용을 빚은 측면이 있다"며"사전 비공개 공론화 작업을 통해 파업의 확산을 방지함은 물론 노사간 자율적 문제해결을 촉진하는 효과도 가져온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올 초부터 노사간 화해 분위기가 형성되는 상황에서 공식적 성명전보다는 '의견' 형식을 활용함으로써 노동계에 대한 자극의 정도를 낮추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