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여당의 오락가락 전월세 상한제

"전월세 상한제가 도입된다고 하네요. 그러면 반전세로 돌리는 수밖에 없겠군요."(판교 아파트 소유자) "가을 전세 재계약이 다가오는데 집주인이 이번 기회에 최대한 올리겠다고 나올까 봐 두렵습니다." (대전 유성아파트 세입자) 안 그래도 수급 불균형 때문에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전월세 시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는 요인이 추가됐다. 도입될지조차 불투명한 '전월세 상한제'가 그것이다. 올해 초 야당에서 법안을 제출한 후 정부는 줄기차게 반대 입장을 꿋꿋이 지켜왔다. 문제는 여당이다. 전월세 상한제 도입 이슈가 제기된 이래 여당이 보인 행보는 말 그대로 갈지자다. 여당은 지난 3월 부분적 도입을 추진했으나 정부의 반대로 주춤했다. 그러다가 전셋값이 오르자 4월에는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또 6월까지만 해도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전월세 상한제 도입 법안을 야당과 맞교환하는 방안이 여당 내에서 제기됐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성사시키는 대신 야당에서 원하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받아들이는 방안이다. 법안 맞교환은 흐지부지됐으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부분적 전월세 상한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며 추진의사를 명확히 했다. 그러더니 이제는 같은 당의 정진섭 주택정책 태스크포스(TF) 단장이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하지 않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여당 입장으로 가닥이 잡힌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 의원이 의장으로 있는 국회 민생특위에서는 최근 전월세 상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활동보고서'를 채택한 바 있다. 여당이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세시장과 여론 동향을 살피며 그때그때 정책의 무게중심이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에 대한 철학이 여당과는 다른 야당에서 전면적인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십분 이해할 만하다. 시장 자율보다는 정부 개입을 통해 시장의 실패를 수정해가자는 게 기본 야당의 기본 철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요와 공급 균형을 통한 가격 안정을 추구하는 시장친화적 철학을 가진 당이 한나라당이라면 전월세 상한제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지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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