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돌아온 엔고... 원화 절상으로 효과는 예전만 못할 듯

엔고가 돌아왔다. 2007년 서프프라임 위기가 시작되면서 대세 상승해왔던 엔화가 달러당 85엔대까지 떨어지며 15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근접하고 있다. 엔화는 1980년대 초반 달러당 270엔대까지 올랐다가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강세가 시작돼, 일본경제가 장기 침체에 본격적으로 들어선 1995년에는 달러당 79.9엔까지 급락했다. 이후 엔 캐리 트레이드, 상대국의 경기 호황 등으로 엔화가 약세를 띠기도 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는 다시 ‘엔 다카’(円高) 를 불러들였다.

자동차, IT제품 등 일본과 주력 수출품이 겹치는 우리로서는 엔고는 반가운 손님이다. 특히 리먼 사태 이후 ‘엔강- 원약’ 조합의 수혜를 톡톡히 봤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원화강세라는 새로운 변수가 끼어들면서 엔고 효과가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 한국, 지난 2년간 ‘엔강-원약’ 효과 톡톡 = 한국이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던 데는 지난 2년간의 엔고의 힘이 컸다.

2007년 달러당 120엔을 넘었던 엔화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심화되면서 꾸준히 하락했다. 반면 원화는 금융위기 이후 ‘제2의 외환위기’로 언급될 만큼 초 약세를 나타냈고, 엔화를 비롯한 위안화와 같은 아시아 통화가 강세를 나타낼 때도 대북 리스크와 당국의 개입으로 최근까지만 해도 나홀로 약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엔ㆍ원환율은 2007년 100엔당 700~800원을 오가다가 2008년 리먼사태 이후 1,500원대로 급등했다. 2009년 국제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1,200원대로 내려오기도 했으나 최근 다시 엔화가 강세로 도는 반면 원화는 약세를 유지하면서 1,300~1,400원선을 오가고 있다.

관련기사



자동차, IT제품 등 주력 산업이 경합하는 가운데 기술경쟁력과 같은 비가격 요소보다는 가격 요소가 한국 수출 신장의 원동력이 됐다. 정성춘 대외경제연구원 일본팀장은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가 빠른 회복을 보인데 반해 일본이 여전히 부진한 이유는 환율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며 “기술경쟁력이 10%라면 환율의 역할은 90%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원화강세로 엔고 효과는 예전만 못할 듯 = 여전히 원ㆍ엔환율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한국의 수출 기업에는 버팀목 역학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엔강-원약’ 조합이 앞으로는 ‘엔강-원강’ 조합으로 바뀔 것으로 보여 엔고 효과는 갈수록 사그러들 것으로 예상된다.

윤정아 외환은행 금융공학팀 차장은 “현재로서는 당국이 구두개입만 하는 엔화의 강세가 실개입까지 하는 원화의 강세보다는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적으로 100엔 당 1,400원~1,500원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원화 역시 강세를 용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국제 경제전망 조사기관인 '글로벌 인사이트'는 우리나라의 올해 환율을 달러당 1,102원, 내년 환율을 1,010원으로 예상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한국은 펀더멘털에 비해 화폐가치가 가장 저평가된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며 “경제 회복이 지속된다면 정부 개입으로 환율을 방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신현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 원화가 점진적으로 절상되면 현재의 가격 경쟁력 우위는 점차 사지게 될 것”이라며 “이제는 기업들이 그 동안 쌓은 순이익을 시장개척과 기술개발에 투자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승준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 수석연구원은 “특히 중소 수출기업들은 1,100원 이하로 떨어지면 타격이 클 수 있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환율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