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살리기 국정혁신을

나는 비록 소속된 정당이 다르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진심으로 잘 하기를 기원했었다. 소탈하고 애국심도 있고 대의를 중요시하여 손해 보는 일조차 마다하지 않았던 모습을 지켜본 터라, 노 대통령이라면 변화의 급물결 위에 `업그레이드 코리아`를 위한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가졌다. 어느덧 노무현 정부 출범 6개월이 되었다. 그런데 역대 정권의 경우라면 왕성한 성취로 격려의 박수가 나오던 시점인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듯이 노 정부에 대한 기대는 이미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경제성적표는 낙제점이라는 평가가 많다. 투자, 소비 등이 몇달간 연이어 위축되고, 2ㆍ4분기 성장률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1%대로 추락할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적색 경보성 수치에 그치지 않는다. `은행 채무 때문에 할 수 없어 공장 돌리지 정말 문 닫고 싶은 심정`이라는 어느 기업가의 낙심, `보나마나 하청단가 깎을 텐데 우리는 찬밥 신세`라는 울산의 한 중소기업 근로자의 푸념, `이제는 입사 원서내기도 지쳤고 부모님 뵙기도 민망하다`는 젊은이들까지 한결같이 맥 풀린 모습들이다. 재래시장 상인들의 한숨도 깊어만 가고 있고, 가계 빚과 카드 빚의 무게가 보통 사람들의 삶의 무게를 더하게 만들고 있다. 투신사 및 신협 등 금융권의 부실 문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다가 해외 투자가들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 투자를 꺼리고 있다. 한 마디로 경제 마인드는 바닥에 다다르고, `또 다시 잃어버린 5년`이 될지 모른다는 비관의 사회적 심리가 만연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지난 정부의 거품경제와 그에 따른 심각한 경제침체를 물려받는 노무현 정부는 무엇보다도 경제 살리기를 국정의 핵심 아젠다로 설정하고 국민과 더불어 희망과 고통을 함께 나눌 비전을 제시 해야했다. 그러나 `동북아 중심`에서 `2만불 시대`로 구호가 바뀌었을 뿐, 투자촉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일관된 경제정책과 집행 점검, 그리고 폭발하는 집단적 욕구를 조정하려는 리더십의 발휘는 없었다. 집권초에 강조하던 이른바 `시장개혁`도 이제는 그 실체를 알 수 없게 되었다. 그 대신 코드 논쟁, 신당 논쟁, 대선자금 논쟁, 언론 탓 논쟁, 권노갑씨의 자금 수수 및 여권내 갈등 등으로 국정의 초점이 흐트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화물연대, 조흥은행, 철도 노조에 이은 현대자동차 파업까지 냉온탕을 오가는 무원칙을 보여주더니, 주5일제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문제를 놓고 예고된 총파업에 대해서는 팔짱만 끼고 있다. 이른바 `친노(親勞)`정책은 70여만 일부 거대 노조의 파이만 키웠을 뿐, 대다수 중소기업 및 하청 근로자와 사회에 첫발을 내딪는 청년들에게는 좌절감을 안겨주는 `반노(反勞)`, `반(反)미래세대` 정책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각 경제 주체들이 대통령으로부터 비전과 원칙과 일관된 대응력을 느끼지 못할 때, 정부에 대한 신뢰는 상실되고 만다. 뭔가 기대했던 노대통령의 8.15 경축사에서도 경제문제는 추상과 뒷전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모든 것을 대통령 탓으로 돌리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심각한 지경에 빠진 우리 경제를 살리는 첫걸음은 대통령이 마음을 다잡고 경제챙기기에 나서는 것, 그리고 그것을 위한 혁신된 국정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선택했으면, 그 짐도 함께 선택한 셈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노 대통령은 정부와 민간의 지혜를 모아내는 경제 관련 회의를 정레적으로 주재하고 경제 현장 방문에도 주력해야 한다. 토론만 하는 회의가 아니라 투자촉진과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하나하나 집행상황을 점검하는 회의가 되어야 한다. 경제수석을 신설하는 등 청와대의 경제 보좌시스템도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협력적 노사관계 정립, 규제 완화, `시장 개혁`에 대해서도 경제 주체들에게 일관된 신호를 보내주어야 한다. 글로벌 경제 시대에 `동북아 중심`과 `지방분권` 이라는 두 구호 사이에 발생하는 모순에 대해서도 분명한 답을 주어야 한다. 이제 정말 시간이 없기에 고언을 하는 것이다. 분열을 내포하는 `코드론`의 영역에서 통합의 기초가 되는 `애국심`의 영역으로 노 대통령의 국정 준거가 옮겨가야만 한다. 오로지 한국의 업그레이드라는 시대적 과제를 온몸으로 붙들고 정치적 계산을 뛰어넘는 폭넓은 행보를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8.15 경축사 말미에서 노 대통령은 `통합과 혁신`을 호소했다. 이제 국민들은 경제의 희망을 되찾기 위해 6개월의 분수령을 지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이 바로 `통합과 혁신`의 모습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김성식(한나라당 제2정책조정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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