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신용시장 뇌관' SIV 해법 주목 경매로 자산가격 산정…청산 가능토록 도와줘 김정곤 기자 mckids@sed.co.kr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글로벌 신용시장의 골치 덩어리인 구조화투자회사(SIV)청산 문제를 해결해 미국 재무부와 월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골드만삭스의 해법이 SIV 문제를 풀 수 있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골드만삭스가 영국의 헷지펀드 체인캐피털이 운용하는 70억 달러 규모의 SIV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파산관리 상태의 헤지펀드 체인캐피털의 파산관리인으로 영국의 세계적인 회계ㆍ컨설팅 법인인 딜로이트 앤드 투시를 선임했다. 딜로이트 앤드 투쉬는 골드만삭스의 계획에 따라 다음달부터 3주 동안 체인 캐피털의 자산을 경매에 부친다. 경매에는 7개 금융기관이 참여한다. 경매는 장부 외 거래로 가격 산정이 어려웠던 SIV 자산에 투명성을 부여해 값을 매기게 하는 방식이다. 골드만삭스가 시장가격 수준으로 입찰을 보증하기 때문에 경매가 실패할 가능성은 적다. 만일 시장상황이 악화돼 자산가치의 추가 하락이 예상될 경우 경매 시점을 연기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경매를 통해 자산의 가격이 재산정되면 ‘그라이폰(Gryphon)’이라는 새로운 SPC(특수목적회사)를 만들어 이 자산을 흡수하게 된다. 골드만삭스의 모델은 자산가격 산정이 어려워 청산이 불가능했던 SIV를 경매 제도를 도입해 풀어 낸 것이 특징이다. 기존 채권자들은 투자금을 일부 회수하거나 새로 설립된 SPC에 재투자할 수 있는 권한 등 4가지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FT는 “골드만삭스의 모델은 부외거래 기관의 부실자산을 또 다른 부외거래 기관 설립을 통해 해결하려 한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며 “그러나 부외거래 기관의 자산을 회계장부에 반영토록 하는 방안이 금융감독기관에 의해 추진되는 만큼 제도적 해결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FT는 SIV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던 많은 금융 기관들이 골드만삭스의 뒤를 따를 것이라고 전했다. SIV는 금융기관들이 자산담보부증권(CDO)처럼 수익성이 높지만 부실 위험이 큰 금융상품을 장부 외 거래로 처리하기 위해 설립한 SPC다. 장부에 자산가치가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금융감독기관의 규제를 피할 수 있어 지난 수년간 그 규모가 급증했다. 지난해 여름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신용시장에서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의 가치가 폭락, 부실이 커지면서 청산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러나 SIV의 거래가 장부에 기록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손실 규모를 정확하게 추정하기 어려워 청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SIV 규모는 3,000억 달러, 최고 수준이었던 지난해 7월에는 4,000억 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SIV의 자산가치는 2004년 대비 반 토막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서브 프라임 부실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해 가을 미국 재무부와 씨티그룹은 1,000억 달러 규모의 슈퍼 펀드를 조성해 SIV 자산을 사들이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금융 기관들의 반대로 계획이 무산되면서 SIV 청산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지만 뾰족한 해결방법이 없는 신용시장의 뇌관으로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