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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28로는 참고도1의 백1로 하나 젖혀놓고 백3으로 가만히 내려서는 것이 최선이자 유일한 수였다. 백7까지는 외길 수순이며 이것이라면 바둑은 이제부터라는 것이 대국 당일 복기 시간에 제시된 모범답안이었다. 이세돌이 실전보의 백28로 둔 것은 수읽기에 결정적인 착오가 곁들여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기원 검토실의 김성룡9단과 송태곤8단은 이세돌이 백28로 둔 것을 확인하자마자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설마 버리고 두겠다는 건 아니겠지?”(김성룡) “버리기엔 너무 커요.”(송태곤) “살리고 두자면 가시밭길이야. 쯧쯧.”(김성룡) 버리고 둔다는 것은 참고도2의 백1 이하 13을 말함이었다. 그러나 이 진행이라면 백이 이긴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이세돌은 일본에서 돌아온 며칠 후에 이 바둑을 자세히 복기해 보고나서 참고도1의 수순은 수정되어야 한다는 연구발표를 해서 주목을 받았다. 백1을 먼저 둘 것이 아니라 3의 자리에 먼저 내려서고 비로소 1의 자리에 두는 것이 최선이라는 얘기. 그 까닭은 백이 참고도1의 백1을 먼저 두면 흑은 2로 받아주지 않고 A에 꽉 잇는 수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후에 백3이면 흑4로 받아주고 기다린다. 흑은 5의 자리에 두지 않고 B에 두게 되는데 그때 5의 자리에 치중하면 백이 상당히 거북하다는 것이 포인트였다. 흑33을 본 이세돌의 손이 얼어붙었다. 자신의 수읽기 착오를 비로소 깨달은 것이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