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회화작품으로 보는 개화기의 일본

서울대미술관 '근대 일본이 본 서양'展<br>네덜란드 투시도법·원근법 등 서양 화풍 독창적으로 흡수한<br> 日그림 이미지 변천사 한눈에

우타가와 구니사다의 '등불을 켜는 여인'은 서양 과학에서 배운 빛의 효과를 기반으로한 세련된 그림자 표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우타가와 구니요시는 일본 설화를 내용으로 한 '오미지방의 용감한 여인 오카네'를 그리면서 프랑스어판 '이솝이야기'에서 배운 서양화 기법을 활용했다. /사진제공=서울대미술관

가깝고도 먼 나라, 알다가도 모를 나라 일본. 오늘날 일본의 기술과 문화 발전의 토대가 된 '근대'의 성립과정을 18~19세기 그림을 통해 문화사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귀한 전시가 열린다. 서울대미술관의 기획전 '근대 일본이 본 서양'이 20일 개막했다. 2년여 기획기간을 거쳐 전시를 마련한 정형민 서울대미술관장은 "일찍이 서양문화를 접한 일본미술이 소재ㆍ형식 면에서 어떤 수용과정을 갖는지를 보여주는 전시"라며 "회화 작품을 통해 당시 일본의 세계관과 사회 변화를 조명하고 일본 문화를 이해하는 폭을 넓히고자 한 의도"라고 소개했다.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하지 않았던 일본 에도시대. 1639년 에도 막부는 네덜란드와 중국 이외의 나라와는 무역을 금지하는 쇄국령을 내렸다. 이로 인해 유일한 교역항 나가사키는 외국 문물이 들어오는 문명 최첨단의 도시로 발전했다. 이 시기 최신 경향으로 일본에서는 중국 화가 심남빈(1682~1760)이 전파한 사실적 화풍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전의 일본 그림은 일본 무사의 어용화가들이 장군의 호방함을 치켜 세우는 가노파(狩野派)라는 일본식 수묵화가 주도했었다. 이 와중에 네덜란드 그림을 접하자 일본 지식인들은 놀라움에 사로잡혔다. 르네상스를 거쳐 터득한 3차원 입체감 표현의 선원근법(투시도법)부터 해부학의 발달로 깨우친 근육과 움직임의 표현까지. 당시를 대표하는 화가 소 시세키의 '포도도', '까치 한쌍' 등은 중국과 네덜란드 화풍을 흡수해 재해석한 것이다. 우타가와 구니요시 같은 화가는 당시 집 한 채 값이던 프랑스어판 삽화집 '이솝이야기'를 구해 뭉게구름과 날뛰는 말, 천사 등의 표현법을 습득했고 이를 일본식 그림에 도입했다. 전시는 ▦에도시대 나가사키 ▦중국 남빈화풍 ▦네덜란드 양풍화(洋風畵) ▦에도의 3대 양풍화가 ▦우키에(부회ㆍ浮繪)와 메가네에(안경회ㆍ眼鏡繪)의 5부로 나뉜다. 일본을 대표하는 그림은 목판화인 우키요에(부세회ㆍ浮世繪)인데 '우키에'는 원근법을 이용한 공간감 표현이 강조된 그림을 일컫는다. 도리 기요타다의 1749년작 '가부키 극장의 내부'는 일본식 건축물의 세밀한 묘사와 다채로운 인간군상을 한 화면에 그려냈다. 특히 화면 앞쪽의 사내는 액자 밖으로 나오려는 모습을 하고 있어 틀을 깨려는 당시 일본인들의 근대의식을 엿보게 한다. 우타가와 구니사다가 그린 '등불을 켜는 여인'은 잠든 애인 옆에서 불을 켜는 기생의 모습인데 빛의 효과를 깨우쳐 완성한 그림자 표현 등이 탄성을 자아낸다. 전시 후반부는 가쓰시카 호쿠사이와 우타가와 히로시게의 국보급 우키요에들로 채워졌다. 특히 히로시게의 풍경 연작인 '에도 100경' 중 '사루와카 거리의 밤 풍경'(1857)은 전시의 대미다. 구도나 분위기 면에서 반 고흐의 작품 '포룸광장의 카페테라스'(일명 '밤의 카페'ㆍ1888)와 유사해 고흐의 그림이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준다. 일본이 네덜란드에서 배운 '입체감' 표현의 원근법이 이번에는 '평면성' 효과로 네덜란드에 다시 돌아간 셈이다. 당시 일본은 발달한 문명이나 재주 있는 사람이면 '남의 것'도 주저 없이 수용해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오늘날 우리에게 교훈을 전한다. 전문지식이 없더라도 친숙한 일본그림 이미지의 변천사를 보는 것만으로 눈이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총 80여점의 출품작들은 고베시립박물관의 협조로 빌려왔다. 5월29일까지. (02)880-9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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