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대학도 적극적 자산 운용 나서야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달 말 그동안 금지해왔던 사립대학 기금의 주식ㆍ펀드에 대한 투자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늦었지만 올바른 선택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는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하기보다는 회피해왔다. 그 결과 주식 등 주요 자산들의 상승을 향유하고 있는 외국인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우리 시장은 그들의 투자 방향에 따라 자산가치가 변동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여왔다. 다행히 지난 2004년 초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제한하고 있던 규정이 개정돼 투자 규모가 크게 늘어났고 2005년도부터 불기 시작한 적립식 펀드 열풍으로 우리 증권시장은 안정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대학 기금과 의료ㆍ장학ㆍ문화ㆍ종교재단, 사내근로복지기금 등 ‘미들마켓(middle market)’의 자산은 아직도 채권ㆍ예금 등 안정적인 자산 위주로 운용되는 등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적절한 위험 관리를 통한 자산 증식의 기회를 놓치고 있어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와는 달리 외국의 선진 대학은 오래전부터 주식ㆍ펀드ㆍ부동산ㆍ대체투자물 등에 투자해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하버드대와 예일대의 경우 기금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전체 기금의 43%(2005년 기준)를 주식에 투자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산을 운용해 과거 10년간의 연평균수익률이 16%에 이르고 매년 학교 운영경비의 20% 이상을 자산운용 수익으로 충당하고 있다. 또 기금의 규모가 작거나 전문적인 자산운용조직을 갖추지 못한 대학을 위해 원활하고 다양하게 자산을 운용할 수 있도록 투자기구(common fund)가 설립돼 1,200개가 넘는 대학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대학은 유가증권 등에 투자할 수 없었으나 이르면 하반기부터는 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선진 대학과 같이 실제로 투자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범위, 허용 위험, 평가와 보상, 관리 등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자산운용 전담부서와 투자정책지침서(IPS)가 마련돼야 한다. 개별 대학에서 이러한 준비가 어렵다면 여러 대학이 공동으로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미국의 투자기구의 사례와 같이 투자풀을 구성한다면 좋은 해결책일 것이다. 이제 우리 대학의 자산운용 방식은 변화해야 한다. 아니 변화할 수밖에 없다. 이런 변화는 대학이 갖는 상징성 때문에 다른 미들마켓에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선진화된 자산운용을 통해 우리 대학과 나아가 미들마켓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한편으로는 우리 증권시장도 수요 기반이 확충돼 보다 안정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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