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100세 시대, 연금정책 패러다임 바꿔라] 편법 판치는 중소기업은 퇴직연금 사각지대

1년 단위로 입사·퇴사 반복… 연봉에 합산 지급…<br>"재정 열악… 적립금 부담크다"<br>기존 퇴직금제도 허용 악용<br>장부상으로만 적립금 쌓아둬


A중소기업은 직원들이 1년 단위로 퇴사와 입사를 반복한다. 퇴직연금을 1년 단위로 정산해주기 위해 편법을 쓰는 것이다. B중소기업은 직원 연봉에 그 해 퇴직연금을 합산해 지급한다. 이같이 연봉에 퇴직연금을 합치면서 서류상으로는 퇴직연금제가 있는 것처럼 포장한다.

연금전문 보험사인 IBK연금보험의 장경수 퇴직연금 영업팀장은 "중소기업은 편법ㆍ탈법으로 퇴직연금을 회피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직원들도 퇴직연금제도 자체가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은 퇴직연금의 사각지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5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퇴직연금 도입률이 93.6%에 이르지만 10인 미만 사업장의 도입률은 9.9%에 그치고 있다. 이들 10인 미만 중소기업 사업장 수는 전체 160만여개 중 135만개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 다수지만 퇴직연금은 딴 나라 얘기다.

관련기사



중소기업 가입률이 이같이 저조한 것은 인식 부족, 열악한 재정 여건 등의 이유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퇴직연금과 함께 여전히 퇴직금 제도를 허용하는 제도적 맹점에 기인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중소기업 사장 입장에서 퇴직연금제는 근로자를 위해 매년 월급 한 달치에 해당하는 적립금을 외부 금융사 등에 쌓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러다 보니 장부상으로만 퇴직금을 계상해놓으면 되는 기존 퇴직금제를 선호하기 십상이다. 현재 퇴직금제도는 쌓아야 할 퇴직금의 15%만 일단 적립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기업이 망하면 퇴직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하기 일쑤다. 정부는 지난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을 개정해 신규 법인의 경우에 퇴직연금 제도 도입을 의무화했지만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않을 경우에 기존 퇴직금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조항도 함께 삽입해 사실상 퇴직연금의 강제 효과가 없는 상황이다.

금융회사도 중소기업은 직원 규모가 영세해 별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적극적인 퇴직연금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호주는 퇴직연금 활성화를 위해 1992년 일찌감치 기업의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했고 영국도 2008년에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는 등 노후보장의 중요한 축으로서 퇴직연금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박준범 연금제도 센터장은 "일본은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나서 기금 제도를 운영하는 등 퇴직연금 사각 지대의 해소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