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은행의 떼거리 행태

국내 은행들의 해외자금 조달이 연초부터 꼬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ㆍ비우량주택담보대출)사태로 달러화채권 발행시장이 개점 휴업 상태인데다 대체시장으로 부상한 사무라이본드(samurai bondㆍ엔화 표시 채권)와 말레이시아 링기트(ringgit)화 시장 등의 발행 여건도 악화됐기 때문이다. 은행의 해외자금 조달이 차질을 빚은 데는 ‘떼거리 행태’가 큰 몫을 했다. 한꺼번에 사무라이본드나 링기트화 채권을 발행하려고 몰려들면서 발행 여건 악화를 자초했다. 수출입은행은 당초 이달 말에 링기트화 채권을 발행하는 작업을 추진했으나 국내 은행들이 일제히 링기트화 채권 발행을 추진하면서 조달금리가 급격히 높아지자 발행을 무기한 연기했다. 수출입은행은 다행히 현지 사정이 호전됨에 따라 발행을 재개하기로 했다. 올 들어 거의 모든 시중 은행들이 말레이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사무라이본드 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민은행은 이달 초 300억엔 규모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중단했다. 글로벌 신용경색 여파, 은행들의 결산시점과 맞물리면서 금리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국민은행과 비슷한 시점에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추진했으나 전면 보류했다. 달러화채권 발행이 여의치 않자 너도나도 사무라이본드로 몰렸고 사무라이본드 발행 여건이 어려워지자 다시 링기트화채권으로 떼거리로 몰려다니면서 조달 여건을 악화시킨 것이다. 채권 발행을 타진하는 곳마다 기록적인 조달금리를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국제금융센터(KCIF)가 올해 초 “채권발행 수요가 한꺼번에 몰려 다른 국내 금융회사의 조달금리 상승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 은행권 내부에서도 ‘떼거리 문화’를 경계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체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차별화된 자금조달 전략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글로벌화를 외치는 은행들이 차별화된 자금조달 전략 하나 없다는 점은 한번쯤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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