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WILD&WISE 한국경제] 내우외환 격랑 속으로… 경제 '쓴 보약' 처방 절실하다

■ 몰려오는 'WILD'

물가 하락에 빚부담 늘고 신흥국 리스크 등 확대

이주열 총재 "과거 어느때보다 어려운 시기될 것"


가깝게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부터 다소 멀리는 1997년 외환위기까지 한국 경제는 5~10년 주기로 위기에 봉착했다. 내수보다는 수출 등에 의존하는 경제여서 나라 밖의 충격파에 쉽게 흔들렸다. 물론 1980년대 초의 위기는 저유가·저금리·저환율(가치)의 3저로 넘었다. 30년 전인 1985년 플라자합의가 계기였다. 1997년 외환위기는 금 모으기 운동 등 애국심과 대대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극복했다. 하지만 후유증은 컸다. 제대로 된 구조개혁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는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파는 유럽이나 미국 등에 비해 작았지만 저성장·저물가의 늪에서 아직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5년에는 새롭지는 않지만 더욱 짙어진 리스크가 한국 경제에 엄습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31일 신년사에서 "2015년은 과거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들 리스크 요인은 하나하나가 만성화된 지병과도 같아 치유하기도 쉽지 않다. 환율전쟁(W·currency War), 신흥국 충격(I·emerging market Impact), 저성장·디플레이션(L·Low growth & deflation), 가계부채(D·Debt) 등이다. 말 그대로 거친(W·I·L·D) 상황에 한국 경제가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먼저 외환시장이 심상치 않다. 엔저가 특히 우려스럽다. 현재 910원대 초반인 원·엔 환율은 800원대에 진입할 게 확실하다. 여기에 더 나아가 중국이 환율전쟁에 참여할 조짐도 있다. 조지 매그너스 UBS 경제고문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중국도 생산자물가지수가 3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는 등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어 위안화 절하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뿐만이 아니다. 태평양 건너 유럽에서도 낮은 물가 상승률과 러시아·그리스의 불안으로 추가 양적완화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환율 변동성이 높아지면 기업의 부담도 커진다. 미국은 돈줄을 죄고 일본·유럽·중국은 돈을 푸는 등 세계 주요 경제권의 통화정책 지각변동으로 우리 외환시장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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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전망이 밝지도 않다. 신흥국이 문제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위기에 봉착한 러시아뿐만 아니라 여타 국가로 불안이 확산될 조짐이다. 앤디 무케르지 로이터 칼럼니스트는 "하버드대 연구에 의하면 신흥국은 7년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했다"며 "2008년 이후 주요국의 돈 풀기로 세계 성장을 주도했던 신흥국은 2015년 불황국면 전환을 눈앞에 뒀다"고 평가했다.

국내라고 상황이 좀 나을까.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상 위기 후 3년이 지나면 성장률이 강한 반등세를 보였지만 지금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강한 반등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2014년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8%를 기록할 정도로 디플레이션 우려는 한층 짙어졌다. 또 중국의 생산자물가가 둔화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이 자국 화폐가치를 경쟁적으로 낮추고 있어 디플레이션의 동시다발 출현 가능성도 높다. 일본은 1998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6%로 둔화한 이듬해 -0.3%로 떨어지며 디플레이션에 빠졌다. 1990년 이후 약 400조엔의 재정을 풀고 금리인하에다 양적완화까지 동원했지만 10여년간 디플레이션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낮은 물가 상승률은 한국 경제가 이고 가는 가계부채라는 짐을 '솜'에서 '물먹은 솜'으로 바꿀 가능성도 높다. 물가가 하락하면 돈의 가치가 높아져 상대적으로 채무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해에 미국의 금리인상도 단행될 것으로 보여 시중금리가 상승하고 일부 한계가정이 도산하고, 사회문제로도 비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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