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5월 6일] 쑥, 웰빙으로 다시 태어나다

매년 이맘때 교외에 나가보면 들판이 쑥향으로 가득하다. 배고팠던 시절 어머니가 뜯어온 쑥으로 쑥개떡을 만들어 먹었던 때가 생각난다. 쑥은 아무데서나 쑥쑥 자란다고 해서 쑥이라고 하며 논두렁, 밭두렁, 양지바른 곳에 틈새가 있으면 어디든 새잎을 틔운다. 국화과(菊花科)에 속하는 쑥은 번식력이 강한 다년생초의 하나로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400여종의 쑥 가운데 약 300여종이 우리나라에 자생하고 있으며 한국을 비롯해 일본ㆍ중국 등 아시아와 유럽 등지에 고루 분포한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쑥은 우리 민족과도 각별한 인연이 있는 것 같다. 환웅이 하늘에서 내려왔을 때 호랑이가 사람 되기를 원하자 쑥 한묶음, 마늘 스무쪽을 주며 햇빛을 보지 말고 백일을 견디라 했더니 곰이 견뎌 여자가 됐고 환웅과 혼인해 난 아들이 단군이라는 이야기다. 또한 악귀를 물리치고 액운을 없애준다 하여 단오가 되면 쑥을 지붕에 얹어두거나 쑥물에 목욕을 했고 또 아녀자들은 머리에 꽂기도 했다. 모두 쑥의 뛰어난 약효 때문에 나온 풍습인 것이다. 쑥은 다른 채소보다 무기질과 비타민을 훨씬 많이 함유하고 있다. 특히 비타민A의 경우 냉이는 100g당 2,315IU(비타민1 IU는 0.00034㎎)인데 쑥은 7,940IU로 3배가 넘고 비타민C도 냉이의 두배이다. 한방에서는 쑥이 고혈압 치료, 지혈작용(치질출혈ㆍ하혈ㆍ자궁출혈ㆍ코피), 신경통, 류머티즘, 정장작용, 위 기능장애, 중풍에 약효가 매우 크다고 한다. 또한 복통에도 효과가 있어 줄기와 잎을 단오 전후에 채취해 그늘에 말린 후 복대로 만들어 차고 다니기도 했다. 그리고 생즙이나 말린 쑥은 독특한 향기와 맛으로 식욕을 증진시키고 쑥즙을 짜 마시면 위장이 튼튼해져 일년 내내 소화 흡수가 잘되고 더위도 먹지 않는다고 했다. 확실히 쑥이 섞인 음식을 먹으면 속이 편하다. 쑥으로 만들 수 있는 음식 또한 무수히 많다. 봄철 주안상에 어울리는 별미국으로 애탕(쑥국)이 있다. 쑥국은 쑥을 다듬어 삶아낸 다음 다져서 쇠고기 다진 것과 합해 양념한 뒤 큰 대추알만 하게 둥글게 빚어 완자를 만든다. 미리 간을 맞춰 쇠고기 장국을 끓인 다음 쑥 완자는 밀가루에 굴리고 다시 달걀 푼 것에 담갔다가 한알씩 건져 국에 넣고 끓인다. 쑥을 별미로 먹을 수 있는 다른 조리법으로 튀김을 들 수 있다. 쑥튀김에는 생쑥을 써야 하는데 처지지 않고 바삭하게 튀겨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밀가루와 녹말가루를 반반 섞어 걸쭉하게 옷을 만든다. 마른 밀가루에 한번 묻히고 옷을 묻히면 옷이 벗겨지지 않고 잘 입혀지는데 이때 한가닥씩 잡아 기름에 넣어야 튀겼을 때 쑥의 모양이 살아난다. 이것 말고도 쑥차ㆍ쑥과자ㆍ쑥찐빵ㆍ쑥김치 등 몸에 좋고 맛도 좋은 봄철 쑥이야말로 무한변신 가능한 웰빙 음식이다. 쑥으로 만든 식품 가운데 대표적인 음식이 쑥으로 만든 떡이 아닐까 싶다. 쌀가루와 쑥을 넣고 고루 섞어 반죽한 뒤 손바닥만한 크기로 빚어 만든 개떡, 쑥절편, 쑥인절미, 쑥가래떡, 쑥바람떡, 쑥버물 등 종류만 해도 수십가지가 된다. 같은 떡이라도 팥시루떡을 먹었을 때와 쑥절편을 먹었을 때가 다르다. 쑥이 쌀의 산성을 중화시켜서 건위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요즘 쌀값 하락으로 농민들이 울상이다. 쑥떡과 쑥밥, 쑥쌀 음료로 농가에 힘을 보태고 우리는 건강한 한해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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