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크(건화물)선 업황 호조세가 지속되면서 해운업체와 조선업체들이 바빠지고 있다. 벌크선 건조에 주력하고 있는 중형 조선업체들은 유럽ㆍ중국 등 해외 선사들로부터 밀려드는 주문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해운업체들은 한진해운ㆍ현대상선 등 컨테이너선 비중이 높은 업체들까지도 벌크영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17일 해운업계와 조선업계에 따르면 벌크영업이 호황을 보이자 벌크선을 주로 건조하는 조선업체들의 독(dock)이 바빠지고 있다. C&중공업은 최근 유럽 선사로부터 8만1,000톤급 벌크선 6척의 주문을 따내는 등 벌크선 수주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C&중공업은 조만간 아시아 지역 선사로부터 6척 규모의 벌크선을 추가로 수주할 예정이다. 이렇게 될 경우 C&중공업이 올해 수주한 벌크선은 모두 26척에 달하게 된다. 신생 조선업체 중 가장 부각되고 있는 곳은 성동조선해양이다. 성동조선해양의 수주잔량은 모두 93척에 이른다. 이에 따라 성동조선해양은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선박블록 납품업체에서 벌크선 건조업체로 전환한 후 3년 만에 벌크선 수주잔량 면에서 세계 12위로 올라섰다. 지난 2004년 8월 신영조선을 인수한 대주그룹의 대한조선은 본격 가동에 들어가기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유럽 선사로부터 케이프사이즈급의 벌크선 8척을 수주했다. 대한조선은 전남 해남에 선박엔진ㆍ후판 공장 등 배후시설을 갖추고 벌크선에 이어 컨테이너선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또 INP중공업과 KY중공업을 인수한 세광쉽핑은 15만톤급 벌크선을 건조하고 있고 내년 가동될 고려조선도 18만톤급 벌크선 8척을 수주해 건조 중이다. 한진해운ㆍ현대상선 등 컨테이너선 비중이 높은 대형 해운사들도 벌크 부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한진해운의 한 관계자는 “전체 매출의 80%에 달할 정도로 컨테이너선 영업에 치중돼 있는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벌크선 영업, 수리조선, 선박관리 등 다양한 분야로의 사업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이를 위해 올 5월 2,300억원을 투입, 벌크선 중 최대 크기인 케이프사이즈급 4척을 신규 발주해 오는 2010년 인도받을 예정이다. 현대상선 역시 단기 용선을 통한 건화물 수송영업을 확대하는 한편 벌크선 신규 발주도 검토하고 있다. 대형 해운업체가 벌크영업을 확대하는 이유는 벌크선 시장은 사상 최고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반면 컨테이너선의 수익성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벌크선 시황을 나타내는 BDI지수가 16일 현재 7,319포인트로 5일째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최대의 컨테이너선 항로인 아시아~미주 노선은 최근 하역비ㆍ운반비 등 비용이 크게 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추세다. 실제로 이달 10일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한진해운의 경우 벌크선 부문의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5% 증가한 반면 컨테이너 부문은 7.8% 증가에 그쳤다. 영업이익도 비용이 늘어나면서 지난해보다 41.4%나 줄어든 311억원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