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진정한 민심 가려내는 것도 지도자의 자격 요건중 하나"

정진석 추기경 ‘하느님의 길, 인간의 길’ 출간 간담회


“민심(民心)이 곧 천심(天心)이지만 굴곡되지 않은 진정한 민심을 가려내는 자질 또한 지도자의 요건입니다.” 올 겨울 첫 함박눈이 내린 8일 명동성당 내 집무실에서 만난 정진석(79ㆍ사진) 추기경의 말씀이다. 내년이 사제 서품을 받은지 50년, 올해가 주교 서품 40주년인 정 추기경은 지난 6일 자신의 영명축일을 맞아 49번째 책 ‘하느님의 길, 인간의 길’(가톨릭출판사 펴냄)을 내놓았다. 책은 성경 속 이스라엘의 역사에 등장하는 42명의 왕과 그들에게 충언을 아끼지 않았던 예언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스라엘의 왕들은 하느님의 대리자로서 백성을 지도하는 사명을 받은 사람들인데 처음에는 내가 배울 점을 찾으려고 쓰기 시작했다가 나중엔 이것을 참조할 다른 분야의 지도자들도 많겠다 싶어 책으로 출간했습니다. 자기 욕심을 앞세우면 폭군이 되고 백성을 위하면 성군이 됩니다. 성군에게서 교훈을 얻고 폭군으로 말미암은 재앙에서 경고를 깨달을 수 있죠.” 정 추기경은 하늘의 뜻인 민심을 따르는 것이 천심을 좇는 것임을 강조했다. “동양에서도 왕을 천자라고 하고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도 백성의 민심을 파악하는 것인데 요즘은 민심이 굴곡되거나 조작되는 듯한 경우도 있으니 어떤 것이 진정한 민심인지를 분간하는 것 또한 지도자의 자격요건 중 하나입니다.” 최근 4대강 사업에 대한 첨예한 대립 여론에 대해 정 추기경은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주교단에서 4대강 사업이 자연파괴, 난개발의 위험이 보인다고 했지 ‘반대한다’ 고 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위험이 보인다는 지적은 이 점을 극복하며 개발하도록 하라는 적극적인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추기경은 “발전을 위한 개발인지 파괴를 위한 난개발인지는 자연과학자나 토목관련 전문가들이 해결할 분야이지 종교의 분야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성탄과 연말을 맞아 정 추기경은 “성탄의 기본정신은 차별과 소외받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라며 “성경에는 맹수와 맹수의 먹이가 되는 동물들이 어울려 함께 노는 세상이라고 표현된 평화로운 세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연평도 포격으로 상처받은 주민들에 대해 “하느님께서 터전을 잃은 이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시고 시련을 극복할 힘을 달라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면서 “북한은 생존, 진리, 자유의 덕목이 모두 제한된 상황이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 추기경은 최근 건강 악화로 주변을 놀라게 했으나 곧 회복돼 새벽 4시면 일어나 집필활동을 하고 매일 두시간씩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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