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지난해 10월 개최된 ‘40회 도쿄 모터쇼’에서 고구마로부터 추출한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차체 일부를 만든 친환경 자동차를 선보였다. 지구 반대편 브라질 거리를 누비는 대부분의 자동차는 가솔린 가격의 절반에 불과한 옥수수를 원료로 한 에탄올이 혼합된 ‘플렉스(flex)’ 자동차이다. 이제는 서울 시내에서도 고구마로 만든 자동차를 타고 옥수수에서 나온 연료를 파는 주유소를 이용하게 될 날이 멀지않은 것 같다.
만화영화에서나 봄 직한 고구마 자동차, 옥수수 연료는 본격적인 바이오 경제시대를 살아갈 우리들에게는 일상생활이 될 전망이다. 이처럼 바이오기술은 세계 경제와 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특히 최근 들어 원유가격이 100달러를 돌파한 바 있고, 범지구적으로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증대되고 있어 친환경을 무기로 한 바이오산업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의약품 등의 의약바이오, 기능성 식품과 같은 농업바이오뿐만 아니라 생분해성 플라스틱 및 바이오에탄올 등이 주축이 되는 산업바이오(White-Bio)가 바이오기술의 새로운 분야로 크게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리에서 개최된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서 채택된 ‘발리로드맵’에 따라 한국은 오는 2013년부터 온실가스 감축 대상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산업 및 경제 활동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 우려된다. 이에 대비해 고구마ㆍ옥수수ㆍ사탕수수 등의 식물에서 바이오디젤과 같은 연료 및 바이오 플라스틱과 같은 화학원료를 생산하는 정제기술의 개발은 석유를 대체해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경제의 지속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지식기반형 기술의 결정체이다.
물론 바이오매스 확보, 기술개발, 경제성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어서 본격적으로 산업화되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다. 그러나 세계 각국은 바이오산업을 21세기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보고 연구개발 및 상업화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2000년 ‘바이오매스 연구개발 진흥법’을 제정, 2030년까지 수송용 연료는 20%, 화학제품은 25%까지 바이오매스 원료를 사용한 제품으로 대체하려고 한다.
일본은 2002년 ‘바이오매스 일본’ 전략을 수립하고 2010년 200만톤의 바이오 플라스틱 생산과 5조원의 시장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전통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한 EU는 물론 중국도 2020년 바이오 산업대국을 목표로 정부예산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산업계에서도 화학기업과 바이오 전문기업 간 기술제휴 등을 통해 바이오 원료 및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2003년에 발간된 멕킨지(McKinsey) 보고서에 의하면 2015년에는 전세계 화학산업 시장의 25%인 4,300억달러 규모의 시장이 산업바이오로 대체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자동차 업계에서 세계 최강으로 떠오른 도요타가 2001년 인도네시아에 바이오 법인을 설립해 고구마 농장을 사들이고 그 외 중국에 토탄 농장, 호주에 유칼리나무 농장 등을 운영하며 생체부품 및 연료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좌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초창기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말 업계를 중심으로 ‘바이오플라스틱협회’를 창립해 업계 차원에서의 대비책 마련 및 정부와의 긴말한 연계를 통한 정책적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이미 정부에서는 바이오 분야를 15대 전략기술개발 분야에 포함해 바이오매스 전환(Refinery), 바이오플라스틱 생산ㆍ응용 기술의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며 앞으로 제품개발 및 사용촉진 정책 등 시장창출을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
IT산업에 버금가는 새로운 미래 먹을거리 산업인 바이오산업은 지식집약적인 한국 사회에 딱 맞는 산업 분야이다.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정부와 민간업계가 적극 나서서 뛰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우리도 무공해 친환경 ‘바이오 융합시대’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