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인 「알짜부동산」 사냥 나섰다

◎기업 자구과정 대형매물 쏟아져 나와/회사 재기보다 자산만 잃는 상황 우려재계의 구조조정작업과 부실기업의 자구노력과정에서 대형 부동산이 쏟아져 나오면서 외국인들의 알짜배기 부동산 인수 작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채권·주식시장이 완전 개방과 함께 원화가치와 주가 폭락으로 외국인들이 국내기업을 M&A방식으로 헐값에 인수한 다음 정리해고 등을 거쳐 회사보다는 부동산 등 자산만 건지는 최악의 상황도 초래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기업 및 투자자들은 금융 및 주식·부동산 시장을 맘대로 넘나들면서 기업사냥과 단기금리차익은 물론 부동산시장까지도 유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들이 눈독을 들이는 부동산은 국내기업들이 갖고 있는 백화점과 호텔·리조트·오피스 등 대형 물건. 이는 주택 등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취득이 아직까지 제한돼 있는 데다 국내기업의 매물이 홍수를 이뤄 싼 값에 알짜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백화점과 호텔·리조트 등은 부동산 취득후 법인을 설립, 곧바로 영업을 할 수 있는데다 부채를 안게 되는 주식인수방식보다는 자산을 인수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와 쌍룡·한일·쌍방울·진로 등 상당수 그룹들이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외국기업에 부동산을 처분하는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쌍룡그룹 관계자는 『생존차원에서 내핍경영과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는 현상황에서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5천억원대의 용평리조트에 대한 인수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며 『내외국인을 망라해 분할 매각이나 합작 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원매자를 물색하고 있는데 몇몇 외국인투자가들이 관심을 보이며 접촉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쌍방울그룹의 무주리조트 매각도 비슷한 상황이다. 쌍방울그룹은 자구책으로 무주리조트에 대한 5억∼6억달러 규모의 해외자본을 끌어들여 투자액만큼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팝스타 마이클잭슨이 지난 10월 방한, 무주리조트 투자문제를 협의한 바 있다. 제주와 부산 하얏트호텔을 2개월 전부터 매물로 내놓은 한일그룹은 이달들어 미국의 한 업체로부터 제주 하얏트의 인수의향을 타진받아 매각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진로와 뉴코아그룹도 백화점 등 유통점포가 국내에 진출했거나 진출예정인 다국적 유통업체에 대해 매각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최근 한화바스프우레탄을 매각한 바 있는 한화그룹도 잠실과 마포고등학교 부지를 외국업체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통일교 그룹도 여의도 문화방송 앞의 대형 주차장부지 매각 문제를 외국인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국내 부실금융기관들을 인수한 외국금융기관들의 부동산 운용도 예상되고 있다. 국내 기업에 대해 대출조건 담보로 부동산을 잡거나 부실기업처리 과정에서 부동산을 대거 확보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제일은행의 경우 미시티뱅크를 통한 인수가 추진되는 등 상당량의 부동산이 외국업체에 넘어갈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신탁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서비스시장이 이미 개방돼 다국적 부동산 회사를 이용, 국내 알짜 부동산을 사냥하려는 외국인투자가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면서 『특히 자본시장 개방을 계기로 M&A를 통해 기업을 인수한 후 정리해고 등을 거쳐 자산만 건지는 형태도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권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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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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