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삼국지 열풍과 조직문화

올 해 출판 시장의 최대 뉴스거리는 `삼국지` 붐이었다. 이미 만년 스테디셀러인 `삼국지`가 새삼스레 베스트셀러로 떠오르고 천만 부에 육박하는 책들이 팔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스타라 할만한 작가들이 다투어 `삼국지`를 내놓고, 대형 서점의 서가 하나를 빼곡이 채우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삼국지`의 새삼스런 `흥행`은 이른바 리더십, 간부학, 용인술같은 용어가 마케팅이나 조직론, 인사관리니 하는 것을 휩쓸고 다닌 현상과 상관이 있을 것이다. 탈근대적인 경제 환경에서 기업의 조직운영은 어떻게 해야 하며 사람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를 둘러싼 문제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지식경제, 네트워크경제, 체험 경제 따위로 불리는 지금의 경제 현실과 걸맞는 조직의 문화를 찾아내려 하고 있다. 저 유명한 `조직 인간`에 매달려서는 안된다는 것은 이미 우리 시대 자본주의의 핵심적 계명이 된지 오래이다. 그러나 임금과 연계된 인센티브의 제공을 빼곤 이렇다하게 조직의 문화란 것이 전단계의 자본주의에는 없었다고 보는 게 옳다. 그러니 노동자를 교환가능한 부품으로 간주했던 기업의 조직 형태가 한꺼번에 바뀔 리 만무하다. 자가고용, 프리에이전트, 벤처같은 말이 범람하고 있어도 그것이 어떤 문화적 코드를 만들어 내고 있는지 속시원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 때 우리는 `삼국지`를 떠올린다. 그것은 서구의 첨단경영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새로운 조직 문화와 리더십에 관한 보고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우리 시대에 고전이 어떻게 소비되는지 알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에서 셰익스피어를 거쳐 헤밍웨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고전적 작가들이 경영학의 고전으로 둔갑하고 있다. 변화된 경제적 현실은 또 그에 상응하는 문화적 패러다임을 요구할 것이다. 그 때 우리는 다시 한번 우리의 문화적 전통을 상기하며 혹은 고전의 계보를 참조하며 그 문화의 틀을 짜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고전을 소비하는 우리 시대의 문화적 소비 뒤에 감춰져 있다. <서동진(문화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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