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위기 정부가 나설때다(사설)

금융시장의 위기가 현실로 다가 왔다. 제1금융권·제2금융권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으며 주가는 연일 속락이다. 9월대란설이 설로만 그치지 않으리라는 징후가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그야말로 총체적인 금융위기다.한국은행은 추석(9월16일)자금수요 및 금융시장 불안해소를 위해 20일 1억6천억원을 지원했다. 금융시장이 경색되기 시작한 지난 12일이래 총 5조5천억원을 공급한 셈이다. 또 종금사의 달러부족을 메워주기 위해 지난 18일 5억달러를 긴급 지원했다. 달러지원은 시중은행에 대한 7억달러를 포함, 12억달러에 달한다. 한은의 이같은 수혈에도 불구하고 시중금리와 달러는 계속 오름세다. 정부의 땜질처방에 문제가 있는 까닭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아우성이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치솟고 시중금리가 뜀박질하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30대그룹 가운데서도 상위 몇개 그룹을 제외하고선 극심한 돈 가뭄이다. 달러시세의 가파른 상승은 기업들에는 엎친데 덮친격이다. 한 여름에 환차손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12월 결산 상장법인중 은행을 제외한 5백55개사의 상반기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회사가 입은 환차손은 1조2천4백81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경상이익 2조9천2백85억원의 43%에 달한다. 변경된 회계제도(자본조정 계정)에 따라 이번 상반기에 반영되지 않은 8천5백억원상당의 환차손까지 포함하면 손해는 2조8백91억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기업들의 금년장사는 헛 장사인 셈이다. 사실 금융시장의 이번위기는 벌써부터 예측됐다. 올들어 터진 한보사태가 그 계기다. 뒤이어 삼미·진로·대농을 거쳐 기아에 이르러 결정타를 당한 것이다.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은 거의 15조원이다. 그렇지 않아도 신인도가 낮은 한국 금융기관들에 외국의 금융기관들이 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거나 돈빌려주기를 기피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본금이 취약한 종금사들로서는 벼랑끝 상황이다. 부도기업에 돈이 물린데다 외국 금융기관들이 외환회수에 나선 탓이다. 전체 30개 종금사중 서울의 2∼3개사와 지방의 16개사가 특히 어렵다는 얘기도 나돈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한보사태가 났을 때부터 파장을 예상했어야 했다. 초기에 너무 여론이나 정치권의 눈치만 보다 시기를 놓쳤다. 한은은 특융이나 추가 자금공급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같은 대책은 미봉책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금융시장의 취약점을 분석해 볼 때다. 일본에서 지금 한창인 금융기관간의 통합 등 빅뱅도 적극 권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행정쇄신위원회와 같은 특별기구의 신설도 필요하다. 금융시장의 위기는 곧 국가경제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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