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의 하나가 각종 세미나 또는 심포지엄의 개최이다.중요한 사안의 접근에 있어서 모든 이해 당사자가 함께 동의할 수 있는 공감대를 마련하기 위하여 주최측이 토론자나 참관자의 합리적 의견을 표출할 수 있도록 토론의 마당을 마련하고 이에서 서로의 입장과 의사를 확인하여 현안의 문제가 어떠한가를 인지하면서 보다 나은 목표를 성취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단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우리들 토론문화의 짧은 역사성으로 인하여 참된 의견의 도출과 조율에 이바지하기 보다는 정책 당국자가 정책수립에 있어서 거쳐야 할 하나의 과정적인 요식행위로만 인식하고 매우 불성실한 회의운영을 꾀하고 있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천편일률로 주제의 발표, 단상 토론자들의 의견 제시 그리고 회의 마무리 직전 객석 참석자중 몇사람의 의견을 형식적으로 듣고서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서둘러 모임을 끝내는 일이다.
어떠한 공감대 형성도 없이 토론의 막을 내림으로서 우리들은 또 하나의 지극히 형식적인 허세의 폐습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필자가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개최된 「World Med 96」심포지엄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받은 인상이 하도 강열하기에 우리도 바람직한 토론문화를 정립시켜야 하겠다는 바람을 가졌던 바 있었다.
그들 토론의 모습은 정말 진지하고 훌륭한 것이었다. 단상의 주제 발표자와 분야별 토론자가 개진한 입장에 대하여 객석의 참관자는 나름대로 논리 정연한 의견을 제시하면서 사회자의 동의를 촉구하고 사회자는 객석의 발언자가 모두 발언을 마칠때까지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자기가 직접 적절한 의견을 보이거나 아니면 당해 토론자로 하여금 분명한 해답을 전해 주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토론의 공간은 열기를 띠고 진지한 분위기가 회의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필자도 토론자의 한 사람으로 참여하여 서울의 관습에 따라 원고만 읽으려니 생각했으나 사정은 전혀 그러하지 않았다.
회의 주관자의 지휘에 따라 무차별로 의견을 개진하는 당사자로 전락하여 토론에 휘말려 진땀을 흘린 경험을 가졌었다.
이제 우리도 면피용의 무성의한 모임 대신 바람직한 토론의 문화를 가꾸어 내면의 충실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