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산업 다시선다] 6. 외국보험사의 도전

자본.선진기법 무장 시장 급속잠식자금운용 규모와 수십만명에 달하는 모집인 조직, 게다가 사회의 상호부조 기능까지 담당하는 보험산업은 분명 금융시장의 중요한 축이다. 이 같은 배경으로 한국보험산업 역시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그 가운데 최근 한국 보험산업에 일어나고 있는 괄목할 변화는 소수의 외국계 보험사들이 주도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89년부터 본격화된 외국계 보험사들의 한국시장 입성은 진출과 철수가 반복되면서도 꾸준히 늘어 현재 10개의 생보사와 8개의 손보사(재보험사 포함)사가 영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 모두 계획한 만큼, 또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한국시장에서 거두고 있다. 금융업종 가운데 특히 보험업의 영업 환경이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큰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계 생보사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보험업의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보험의 역할을 수용하고 더불어 회사의 수익에도 철저히 기여하는 상품을 보험전문가들이 고객들과 충분히 협의하며 판매하는 마케팅 방식이 한국시장에서도 효력을 발휘했다는 지적이다. 다수의 외국계 보험사들이 한국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바로 새로운 '선수'들을 불러들이는 계기로 작용했고 실제로 올해 들어 외국계 보험사의 한국시장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내년에도 상당수 선진 보험사들이 한국시장의 문을 두드릴 전망이다. ◆ 89년 시장개방과 함께 본격적 진출 외국계보험사들이 한국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던 시기는 지난 89년 정부가 보험산업을 개방했던 때. 당시 일부 외국사는 국내 중견기업과 합작형태로 보험사를 설립했으며 또 다른 보험사는 단독으로 진출했다. 이어 알리안츠와 같은 대형 보험그룹은 아예 국내 생보사를 인수, 한국시장에 진입했다. 5개 합작생보사중 국내 기업의 지분을 인수해 독자적인 길을 걸어온 대표적인 보험사는 바로 미국 메트라이프. 89년 코오롱과 손을 잡고 생보사를 설립했지만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98년 결별, 코오롱 지분 49%를 모두 인수하며 메트라이프로 새출발했다. 코오롱메트생명이 설립된 89년 네덜란드 ING생명과 미국 푸르덴셜생명은 단독으로 진출해 착실히 영업기반을 다져나갔다. 외국사의 강점중 하나는 역시 자본력. 코오롱지분을 인수한 미국 메트라이프는 당시 318억원이던 자본금을 지난해 2월 977억원으로 늘이는 등 2년만에 659억원을 증자했다. 98년 제일생명을 인수한 알리안츠 역시 이제까지 증자대금으로 5,515억원을 투입하는 등 막강한 자본력을 과시하고 있다. ◆ 영업초기 부진 씻고 지역화에 성공 믿음직원 본사의 지원과 보험 노하우가 있었지만 외국사들도 한차례 시련을 겪었다. 진출초기 누적된 적자와 한국시장에 적응하기 위해 구축된 판매망의 비효율성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던 것. 이 같은 이유로 ING생명은 지난 95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해 1,000여명에 달하는 직원과 설계사를 300여명으로 줄이는 한편 상품, 서비스, 인사, 보수체계에 일대 변혁을 추진했다. 푸르덴셜생명도 한국시장 진출이후 2년여간 경영부진이 계속되자 본사에서 철수까지 검토하는 등 위기를 맞아, 경영진 교체와 함께 경영개혁을 단행했다. 메트라이프 역시 단독회사로 출범한 직후 감량 경영에 착수, 직원 수를 절반 이상으로 줄이는 등 효율성 향상에 주력했다. ◆ 경영혁신으로 수익성ㆍ효율성 극대화 구조조정을 단행한 보험사들은 수익성과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상품 포트폴리오 개편과 판매조직의 체질개선에 나섰다. ING생명은 자체교육과정을 통과한 대졸이상의 남녀를 통해 1대1 맞춤설계를 제공, 이 때부터 종신보험을 연금보험과 함께 판매하기 시작했다. 메트라이프 역시 98년 남성전문영업조직인 AR(Account Representative)을 출범시켰다. 두 회사의 발빠른 경영혁신은 이후 국내 보험사들이 외환위기의 후유증에 시달릴 무렵부터 경영실적 증대로 이어졌다. ING생명은 98년 금융당국의 경영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더블 A를 받았으며 현재 13회차 유지율 93.1%라는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메트라이프의 AR 역시 가동 1년여 만에 1인당 평균 계약 12건, 13회차 유지율 90%라는 높은 생산성과 효율을 거뒀으며 남성조직의 성공을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업계 최초로 여성프로 설계사인 FM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푸르덴셜생명 역시 영업초기부터 추진한 경영전략인 '3Q'의 성공을 바탕으로 한국시장에서 탄탄한 영업기반을 구축했음은 물론 국내 생보시장에 적지않은 영향을 주는 보험사로까지 성장했다. 외국사들의 성공은 시장점유율에서도 확인된다. 국내 영업중인 외국계 생보사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9월말 현재 7.5%로 지난 2년동안 무려 2%포인트 이상 올랐다. 외국계 보험사들이 한국시장에 진출한 것은 이제 막 10년을 넘었다. 따라서 외국사 관계자들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입을 모은다. 외국계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한국시장에서 '톱5'내에 드는 생보사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며 "최근의 성장 추세가 이어진다면 목표 달성시기도 그리 멀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박태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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