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대한민국 미래컨퍼런스] 소득 2만달러 이뤘지만 1만달러 국가보다 못해… 민간역할 늘려야

[특별강연] 김연희 보스턴컨설팅그룹 유통부문 대표<br>급속한 고령화 큰 부담… 의료·연금체계 손볼 필요<br>공공부문 중시·복지재정 확충은 해법 될수 없어<br>정부 역할은 시장 경쟁 적정한 관리에 그쳐야

김연희 보스턴컨설팅그룹 아시아유통부문 대표가 26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대한민국 미래컨퍼런스에서 '선진국이 되기 위한 공공·민간 부문의 구조와 역할'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김동호기자

"앞으로 우리는 공공영역이 많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버려야 합니다."

김연희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유통부문 대표가 26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국가시스템 개조를 위한 '대한민국미래컨퍼런스'에서 선진국 진입의 조건으로 내건 것은 공공영역에 대한 환상을 깨는 일이었다.


김 대표는 한국인 여성 최초로 세계 3대 컨설팅그룹인 BCG의 수장을 맡은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년간 국내외 민간 기업을 상대로 다양한 경영 혁신을 수행했으며 다포스 포럼에서 차세대 리더 200인 중 한 명으로 꼽혔다.

김 대표는 연단에 서자마자 대한민국 시스템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짚어갔다. 한국은 압축성장과 급속한 고령화의 부작용을 겪고 있으며 공공영역이 이를 메우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그의 진단. 김 대표는 대한민국의 구성원이 자신이 속한 국가 시스템을 바꾸려면 제3자의 시각에서 오늘을 바라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강연에 앞서 그는 국민의 생각을 바꿔야 하는 국가 시스템 개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부터 지적했다. 김 대표는 "수천ㆍ수만명의 구성원이 있는 기업의 조직 시스템을 개선하는 일도 어려운데 대한민국의 5,000만 국민을 대상으로 국가 시스템을 개조하겠다는 화두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정치ㆍ경제ㆍ사회 전분야에 걸쳐 진행한 서울경제신문의 국가시스템 개조론에 대해 "원론적으로 대한민국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지향점을 제시해야 하며 이를 위해 공공과 민간영역의 역할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인당 국민 소득 2만달러를 달성한 후 대한민국이 사회갈등과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것은 선진국에 들어서기 위한 성장통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민간 영역에서 보면 고객의 소비와 욕구가 갑자기 많아지는 시점은 국민소득 2만불 시대인 것 같다"면서 "노동의 질, 행복 추구. 새로운 서비스 등 다양한 재화와 욕구가 생기며 이는 당연한 현상이고 2만달러를 넘어선 많은 선진국은 해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은 여기에다 압축성장과 고령화의 부담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김 대표는 고령화가 앞으로 한국에 어려움을 야기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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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2017~2018년이 되면 우리나라 노령화 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넘어서고 그 이후에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국가 전체에 주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주목하는 것은 의료시스템과 연금체계다. 이 두 가지는 국가 시스템 가운데 공공이 주로 담당했지만 소득이 늘어난 만큼 성장하지 못한 분야다. 고령화로 인해 앞으로 영역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체계이기도 하다.

김 대표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공공과 개인이 부담하는 의료비는 매년 10%씩 증가하고 있고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의료비와 연금은 공공영역이 부담하고 있지만 비중은 소득 2만달러인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낮다. 김 대표는 "2013년 현재 의료비의 공공영역 부담 비중은 57%로 소득 1만5,000~2만달러 국가와 비교했을 때는 6% 뒤지고 선진국보다는 15% 처지며 연금체계도 2013년 현재 20%를 공공이 담당하는데 비슷한 소득을 지닌 국가보다 미진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한국은 겉으로 소득 2만달러를 달성했지만 실제로 1만달러 국가보다 못하다고 꼬집은 이유다.

정치권과 정부는 부족한 공공영역을 넓히는 것을 대안으로 삼아 복지 재정을 늘리고 있지만 김 대표의 해법은 정반대였다.

그는 "엄청난 고령화 속도 때문에 국가의 부담이 2중 3중으로 높다"면서 "(정부의 역할이 큰) 북유럽 등의 복지형은 불가능하며 상대적으로 시장에 맡긴 미국과 영국 쪽에 가기에도 버겁다"고 비판했다.

그의 결론은 공공에 묶었던 사회ㆍ복지 서비스를 정부의 통제를 전제로 민간에 맡기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의료 체계와 연금 상당 부분을 민간 영역에서 해줘야 한다"면서 "정부는 시장이 적정한 형태로 경쟁하고 있는지 계속 주시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영미보다 더 시장 중심으로 가야 한다"면서 "국민의 공감을 얻기가 어렵고 서비스의 질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이미 병원의 비급여 진료 등 많은 부분이 민간영역에 들어와 있고 어떤 면에서는 공공보다 효율적인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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