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보다 비싼 중고차가 등장했다.
19일 중고차 매매사이트 SK엔카에 따르면 기아자동차 K5의 LPG모델인 ‘2.0 LPI 디럭스’의 가격은 현재 2,080만원에 등록돼있다.
지난 6월에 출고된 이 차량의 주행거리는 5,000km다. 똑같은 모델의 신차 출고가격은 1,728만원이며 파노라마 썬루프와 사이드커튼에어백 등 모든 옵션을 장착할 경우 차량가격은 1,897만원으로 1,9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즉, 중고차 가격이 신차보다 200만원 가까이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 것.
통상 판매자의 급한 사정 등으로 주행거리 1,000km 미만의 사실상 신차나 다름없는 중고차가 신차 가격과 비슷하거나 높은 가격에 거래된 적은 종종 있지만 주행거리 5,000km의 중고 모델이 신차 가격을 앞지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또 다른 중고차 사이트 카즈에서도 K5의 ‘2.0 LPI 스마트’의 등록가격은 1,590만원으로 같은 모델의 신차 판매가 1,580원보다 10만원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8월에 출고된 이 차량은 기본 옵션만 장착했으며 주행거리는 3,000km다.
이처럼 중고차 가격이 신차보다 높게 형성되는 이유는 신차를 구입해도 차량을 인도받을 때까지 최소 2개월 가량 기다려야 할 만큼 K5의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다소 웃돈을 얹어주더라도 당장 인도받을 수 있는 중고차를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또 판매자의 입장에서도 신차가격에 등록세와 취득세 등 각종 세금을 추가로 납부한 만큼 구입 당시 가격과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에서 거래하고 싶은 심리가 판매가격에 반영됐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상반기에도 경차 ‘모닝’의 중고 판매가격이 신차가격을 넘어선 적이 있었다. 당시 휘발유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넘을 정도로 유가가 폭등하자 연비가 뛰어난 경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모닝의 차량 인도기간이 2~3개월 넘게 걸렸기 때문이다.
박성진 카즈 데이터리서치팀장은 “과거 모닝의 경우처럼 고유가에 대한 대체수요로 중고 경차가격이 신차를 앞지른 적은 있지만 모델 자체의 높은 인기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격을 넘어선 것은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본격 판매에 돌입한 K5는 7월 한달 간 총 1만105대를 판매하며 경쟁모델인 신형 쏘나타를 제치고 두 달 연속 국내 중형차 부문 판매 1위에 올랐다. 현재 구매계약 후 차량 인도 시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개월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