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6월 22일] 다양·전문성이 함께 필요한 시대

미국의 미래학자 해리 덴트는 호주 서커스단인 서커스 오즈(Circus Oz)를 보고 미래 인재의 모습을 그렸다고 한다. 서커스 오즈는 환상적인 서커스 묘기에 에피소드적인 재미를 가미시킨 것으로 유명한 극단이다. 덴트는 서커스 오즈의 무엇을 보고 미래 인재의 모습을 그린 것일까. 이 극단은 상하이 서커스단과 같은 놀라운 기예와 익살스러운 프랑스 마임을 특기로 한다. 하지만 덴트가 주목한 부분은 이것이 아니다. 족히 50명은 필요해 보이는 공연을 3분의1도 되지 않는 15명의 단원만으로 완벽하게 해내는 그들의 다예다재(多藝多才)함에 덴트는 주목한 것이다. 서커스를 보러 오는 관객은 아이에서 어른까지 각양각색이며 저마다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관객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다채로운 퍼포먼스와 함께 순간순간 청중의 반응에 맞춰 즉흥연기까지 소화할 수 있는 재능과 연기력을 모두 갖춰야 한다. 고난도 묘기를 실수 없이 선보임으로써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숙련도는 당연히 전제된다. 서커스 오즈에는 여섯 종류의 현악기를 연주하는 단원이 있는가 하면 다양한 곡예와 묘기를 펼치는 단원, 무슨 건반악기든지 다룰 줄 아는 단원 등 이 극단은 만능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덴트는 바로 이들이 지닌 다기능적 전문성을 미래 인재가 갖춰야 할 소양으로 떠올린 것이다. 미래학자들에 의하면 정보기술(IT)의 발달로 단순반복적인 업무는 컴퓨터가 대신하게 돼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일지라도 앞으로 사람이 하는 일은 20% 정도에 지나지 않게 된다고 한다. 이제 사람의 역할은 창의적 영역에 집중될 것이며 미래형 인재는 서커스 오즈의 단원처럼 다기능적 전문성을 갖춰야 할 것이다. 과거 대량생산시대에 창안된 테일러나 포드 시스템에서와 같이 한 가지 기능에 국한된 전문성으로는 고객과 외부환경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방면에서 전문적인 지식이 쌓이면 통섭(統攝)이 이뤄진다. 즉 다양한 지식이 융합돼 시너지가 발휘되면서 창의성이 배가되고 고객을 향한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크세노폰은 '오이코노미코스'에서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 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분업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 말은 그가 살았던 시대만큼이나 오래된 얘기가 되고 있다. 지금 시대는 다양하고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인재, 즉 스페셜라이즈드 제너럴리스트(Specialized generalist)가 필요하다. 이공계통 전공자이더라도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로 키우기 위해 우리 교육이 바뀌어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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