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낮아진 코넥스·장외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터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을 준비중인 대기업 계열사에 이르기까지 투자 대상이 기존보다 넓어진 만큼 효율적인 투자 전략이 요구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소·벤처기업이 코스닥 상장에 앞서 자금조달을 할 수 있도록 조성한 코넥스는 그동안 높은 문턱(예탁금 잔액 3억원)으로 인해 개인투자자에게 외면을 받았다. 올해 1·4분기 기준으로 코넥스의 일 평균 거래대금은 10억8,000만원에 불과했다. 거래량이 저조한 탓에 가격 형성 과정에서 왜곡이 생기거나 투자금 회수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의 문제가 나타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반투자자 예탁금 규제를 1억원으로 낮추고, 연간 3,000만원 한도에서 예탁금 없이 투자할 수 있는 소액투자전용계좌를 도입하기로 했다. 유가증권·코스닥과 같이 누구나 참여 가능한 시장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코넥스는 코스피·코스닥 시장과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충분한 이해를 가지고 접근을 해야 한다. 우선 가격을 액면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엄지원 코리아에셋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넥스의 거래량이 유가증권·코스닥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개별 종목의 주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다른 것보다 기업의 실적부터 살펴보고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재 코넥스에 상장된 72개 중소·벤처기업의 재무제표를 꼼꼼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실적 기준으로 코넥스 상장 기업 중 매출액이 500억원을 넘고,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전년 대비 증가 추세를 보인 업체에는 베셀과 대주이엔티가 있다. 베셀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터치패널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로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1% 증가한 57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7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50.9% 늘어났다. 엘리베이터의 가드레일 및 이중보온관을 생산하는 대주이엔티는 지난해 1,447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17.6%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은 5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4.6% 증가했다.
이보다 규모가 작은 기업 중에서는 디스플레이 열처리 장비를 생산하는 예스티가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코넥스에 상장된 예스티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82.8% 증가한 404억원, 영업이익은 98.3% 늘어난 2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반도체 테스트 장비 제조업체인 엑시콘 역시 매출액이 전년 대비 51.5% 증가한 380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5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엑시콘은 올 하반기를 목표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코넥스 투자위험 우려와 관련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소액전용투자계좌 개설 시 시장 상황 및 제도에 대해 충분히 고지하고, 지정자문인을 비롯한 증권사들이 개별 기업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적극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의 보호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상장이 어려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진작시키기 위해 도입되는 'K-OTC BB'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BB는 게시판(Bulletin Board)의 영어 약자로 비장상주식의 호가·체결 내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장외시장 포털'이다.
금융위가 공개한 K-OTC BB 거래대상 종목은 총 75개로 향후 유가증권·코스닥 상장을 계획중인 대기업 계열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청약증거금으로만 15조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들인 삼성SDS의 경우 유가증권 상장 전에 장외주식시장인 K-OTC에서 거래됐었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현대삼호중공업·현대오일뱅크가 K-OTC BB 거래대상 종목에 포함됐다. 현대차그룹의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카드, 현대캐피탈도 이름을 올렸다. SK그룹에 속한 이동통신장비 전문 업체인 SK텔레시스도 거래된다.
금투협 K-OTC부 관계자는 "그동안 비상장주식 투자자는 매물을 가진 거래상대방을 찾기 어려웠지만 K-OTC BB의 개설로 종목별 호가·체결내역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만큼 거래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