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대공황설이 선진 각국의 정책공조가 가시화하면서 서서히 수그러들고있다.
그러나 아시아는 이제 단순한 경기후퇴국면을 지나 디플레이션까지 겹치는 사실상의 공황상태에 진입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있다. 아시아 위기를 방치한 채 세계경제의 위기탈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지금 세계 경제계는 무척 혼란스럽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말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세계경제의 성장률을 올해 2.0%, 99년 2.5%로 전망했다. 지난 5월에 내놓은 전망치 3.1%와 3.7%에 비해 각각 1.1%포인트와 1.2%포인트 낮아진 것. 96년의 4.2%나 97년의 4.1%에서 이처럼 2%포인트 가까이 급락한 것은 아시아 금융위기국가과 일본의 극심한 경기침체, 러시아사태 악화등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선진경제권은 98년 2.0%, 99년 1.9%로 성장이 소폭 둔화되고 개도국 전체로는 각각 2.3%, 3.6%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적인 연구기관인 DRI는 지난 3분기 전망에서 IMF보다 훨씬 비관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98년 1.7%, 99년 1.9%에 머물 것이며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올해 1.0%에 이어 내년중 마이너스 1.6%로 폭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DRI는 특히 일본의 경기침체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작년 0.7%로 간식히 플러스성장에 턱걸이했던 일본은 올해 마이너스 2.7%로 추락하고 내년에도 마이너스 0.8%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은 「각국이 금리인하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성장지향 정책을 실시하고 국제금융시스템을 재건하려는 정책협조에 나서 효과를 발휘할 경우」를 전제로 2.0% 성장을 예견했다.
환율전망은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예측이 무의미할 지경이다.
LG경제연구원은 미국 달러화가 미국경제의 성장세 둔화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잇따른 금리인하로 약세기조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는 엔화강세가 상당기간 지속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메릴린치는 엔·달러환율을 올연말 달러당 130엔, 내년10월 170엔으로 전망했다. 바클레이즈 캐피탈도 각각 125엔, 175엔으로 내다봤다. 일본경제의 취약성으로 볼 때 엔화는 근본적으로 약세통화라는 판단에 뿌리를 두고있다. 우리 예상보다 심각한 엔저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반면 리먼 브러더스는 각각 130엔, 140엔으로 전망했고 ANZ투자은행은 내년 환율을 95∼100엔으로 전망했다. 살로먼 스미스바니는 환율이 달러당 115엔에 머물 경우 일본의 성장률은 올해 마이너스 2.5%에 이어 내년에도 마이너스 2.0%를 기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경제전망이 이처럼 엇갈리는 만큼 외부여건의 변화에 민감한 국내 경제가 가야할 길도 아직 안개에 싸여있다. 【손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