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인터넷라이프] 인터넷플라자 전국 강타

지난 7월 20일 저녁 9시. 서울 신촌 독수리다방 건물에 있는 인터넷플라자 「슬기방」에는 늦은 시간인데도 30여명의 젊은이들이 컴퓨터와 씨름하고 있었다.대부분이 대학생. 그러나 학생들 사이에는 와이셔츠 바람의 직장인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증권회사에 다닌다는 김병태(30)씨는 『친구들과 2차로 노래방을 가는 대신 게임 한 판 하러 들렀다』고 말했다. 이 곳 신촌지역에만 60여개가 넘는 인터넷플라자가가 있다. 이 때문에 이 지역의 밤 문화마저 바뀌고 있다. 이 일대 유흥업소 주인들은 요즘「인터넷플라자 때문에 장사가 안된다」고 푸념할 정도다. 이땅에 등장한지 불과 1년 남짓만에 이른바 「대학가 1번지」라는 이 곳의 문화마저 바꿔 놓을 만큼 인터넷플라자의 위력은 대단하다. 인터넷플라자는 처음에는 게임 열풍과 함께 떴다. 하지만 이제는 젊은 층이 인터넷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공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용 연령층도 중고생 위주에서 30~40대로 확산되고 있다. 이용 패턴도 게임 뿐만 아니라 채팅, 자료 검색, 리포트 작성, 사이버 증권거래, 사이버 뱅킹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슬기방의 배진호사장은 『요즘은 게임하러 오는 사람은 방문자의 절반도 안된다』고 말했다. 인터넷플라자는 현재 전국에 걸쳐 약 1만여개가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골 면 소재지에도 있고, 심지어 낙도에도 있다. 한국인터넷플라자협회(KIPA)는 앞으로 1만5,00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터넷플라자의 수가 이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다 이용 형태도 단순한 게임방을 넘어 정보이용 공간으로까지 확대됨에 따라 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정보화의 첨병」 역할을 하도록 해보자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사실 인터넷플라자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우리나라에만 있는 업태다. 외국에는 선진국, 후진국 할 것 없이 회선이 부족하거나 전용선의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이같은 사업이 없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인터넷플라자를 적극적으로 선용하여 인터넷 강국의 초석으로 삼자는 것이다. 최근 미국과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의 인터넷플라자에 대해 깊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사업성의 가치 뿐만 아니라 활용하기에 따라 국가 정보화를 측면 지원하는 인프라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플라자에는 256KBPS급, T1급 등의 고속 인터넷 전용선이 깔려 있어 누구나 고속의 인터넷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속도에 관한 한 전혀 불만이 있을 수 없다. 이 정도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은 흔하지 않다. 따라서 집에 컴퓨터가 있으면서도 「속도 때문에」 굳이 인터넷플라자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플라자는 이처럼 도시건, 농어촌이건 인터넷을 이용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언제든지 장소와 훌륭한 설비를 제공하는 「정보화 시대의 우체국」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도 인터넷플라자를 인터넷 보급 확산의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느라 고민중이다. 개점할 때 반드시 구입해야 하는 도시철도공사 채권을 구매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도 강구하고 있다. 인터넷플라자 경영자들도 이미지 개선을 위한 자체 노력을 활발히 기울이고 있다. 먼저 매장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 각종 컴퓨터 부품과 인터넷 기자재를 판매하는 「샵 인 샵」운동을 펼치고 있다. 종합 정보 매장으로 변신하기 위해서다. 또 최근에는 전국에 산재해 있고, 24시간 서로 연결돼 있는 점을 이용해 「재난방지시스템」 구축도 추진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아직도 인터넷플라자를 「PC게임방」, 「인터넷 게임방」 정도로만 생각하는 선입견이 문제다. 지난해 스타크래프트의 열풍이 한창 불 때의 일이긴 하지만 밤 늦도록 청소년들이 게임을 하면서 나쁜 이미지가 심어졌고 아직도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있다. 또 현행법에 「게임 제공업」으로 분류돼 있어 학교 정화구역 내에는 설치조차 못한다. 정부가 청소년 정보화에 많은 예산을 쓰면서도 청소년들에게 인터넷을 접할 수 있는 훌륭한 시설인 인터넷플라자 이용에는 제한을 가하는 이중 잣대를 갖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인터넷플라자를 정보화 확산의 디딤돌로 삼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 개선과 이용자들의 인식 전환이 동시에 요구된다. /백재현 기자 JHYUN@SED.CO.KR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만 있는 인터넷플라자. 전국에 1만여개나 설치될 정도로 확산되고 있는 인터넷플라자를 인터넷보급 확산의 전초기지로 삼으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 신촌에 있는 인터넷플라자 「슬기방」에서 이용자들이 인터넷에 열중하고 있다. /김동호 기자

관련기사



백재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