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용연공단에서 선박 구조물을 생산하는 Y사는 지난해 조선경기 호조로 당기순익이 크게 늘었지만 회계상 기록하는 매출액 대비 이익률은 낮추어 발표한다. 실제 이익률이 10%를 넘어서지만 재무제표상에는 5%대로 끌어내려야 한다. 순익부문을 줄이는 대신 다른 계정으로 이익분을 옮긴다. 왜 그럴까.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는 I사는 코스닥 등록기업으로 대기업과 대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하고도 이를 일시에 공시하는 것이 아니라 금액을 쪼개어서 몇 차례에 걸쳐 공급사실을 알린다. 계약서에 대량 공급을 한다는 조건 대신 작은 금액으로 여러 차례 납품하는 것으로 계약내용을 수정하는 것이다. 왜 이럴까.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T사는 순익이 급증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 한다. 회사실적이 크게 개선되었으면 이를 알려 직원들의 의욕도 북돋워주고 회사이미지도 높여야 하지만 극구 이를 사양한다. 왜 일까.
중소기업들이 대기업 눈치를 보고 있다. 아니 대기업들이 잘 나가는 중소기업에 삐딱한(?) 시선을 보내면서 굽신거리게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최신 경영시스템을 도입해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나서면서 중소기업들이 순익을 늘리고 있지만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이러한 생산성개선 노력과 땀을 인정치 않는다.
“순익이 늘었어. 그래!. 그럼 단가를 내려야지” 대기업이 내뱉는 이 한마디에 중소기업들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회사경영 실적을 줄여 내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당장 대기업 임원이 찾아와 단가를 내리자느니 물량을 줄일 수 밖에 없다느니 압력이 들어온다.
또 여러 개 납품처를 가지고 있는 반도체 장비업체의 경우 특정 대기업과 대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하면 다른 대기업이 발주물량을 확 줄이는 바람에 뜻하지 않은 낭패를 보기도 한다. 큰 계약은 금액을 줄여 여러 차례 표 안 나게 발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 피터 드러커는 회사는 직원을 종업원이 아닌 파트너로 대하라고 조언한다. 피터 드러커가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를 본다면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하청업체가 아닌 협력파트너로 인정하라`고 충고할 것이다.
<서정명기자(성장기업부) vicsj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