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등기이사직 사임을 놓고 증권집단소송에 대비한 책임회피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다른 재벌 계열 상장사 중 총수가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지 않는 곳이 적지 않아'책임경영' 논란이 삼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25일 증권집단소송법 우선 적용대상인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코스닥기업82개사 중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54개사를 보면 이중 13개사의 경우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총수가 주총에서 선임된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지 않다.
이들은 SK의 SK텔레콤.SK네트웍스, LG의 LG전자.LG화학.LG텔레콤.데이콤, 동부의 동부아남반도체.동부화재, 현대중공업, 신세계, 삼성중공업, 현대하이스코, 현대증권 등이다.
이중 신세계는 이명희 회장이 미등기임원으로 있고, LG전자와 LG화학은 강유식㈜LG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을 내세우고 있는데 비해시민단체와 학계 일각에서는 실질적으로 지배를 하고 있는 재벌총수가 책임을 전면지는 '책임경영'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서로 대립하는 모습이다.
또 삼성 이 회장이 삼성전자를 뺀 주요 상장사 등기이사를 사임키로 한 것과 반대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 주총에서 각각 INI스틸,㈜한화의 등기이사로 새로 등재해 재계 내에서도 재벌총수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재계는 재벌총수의 등기임원 등재 여부와 상관없이 임원배상책임보험의 보험금 한도를 증액하고 나서는 등 증권집단소송 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사대상 54개사 가운데 25개사가 지난해 임원배상책임보험의 보험금 한도를 전년보다 높였다.
아울러 대한항공, 기아차, ㈜LG 등은 2004회계연도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에과거 회계처리 기준 위반 부분을 전기오류수정손실로 시정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2003회계연도 결산상 과대계상된 미착품 잔액 720억원 중 477억원을전기오류수정손실로 반영했고, 기아차는 현대모비스 주식을 평가하면서 지분법이 아닌 시가법을 적용해 장기투자증권 9천972억원을 과대계상하는 등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했다고 공시했다.
㈜LG도 2002회계연도 결산에서 지분법적용투자주식인 LG유통에 대한 지분법 계산시 발생한 오류액 96억원을 2004회계연도 재무제표에서 전기오류수정손실로 계상했다.
㈜LG 관계자는 "전자계열인 LGEI와 화학계열인 LGCI를 ㈜LG로 통합해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회계담당자가 단순 착오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증권선물거래소 서종남 상장제도팀장은 "이사회에 등재돼 있지 않은 총수라도상법상 '사실상의 이사' 개념을 적용해 이사들과 함께 집단소송의 피고로 할 수는있다"면서도 "그러나 입증책임은 소를 제기하는 소액주주들이 져야 해 책임을 묻는측면에서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김종수 최윤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