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장기펀드 세혜택과 증시안전판


자가호흡은 건강한 사람의 기본 요건이다. 스스로 숨을 쉴 능력이 없다면 그 자체가 환자. 이들은 본인의 힘보다는 인공호흡기라는 외부의 힘을 빌려 '살 수 있을 만큼'의 산소를 공급받는다. 인공호흡기가 갑자기 멈춰버리면 환자의 건강, 더 나아가 목숨도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스스로 정상적인 호흡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건강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엄청난 축복인 셈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 증시는 큰 축복을 받진 못한 듯하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다가도 산소(자금) 공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인공호흡기(외국인)가 작동을 멈추면 바로 혼수상태(급락)에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 입장을 밝히면서 국내 증시는 또다시 호흡 곤란의 중환자가 됐다. 외국인들이 이틀간 무려 1조2,000억원어치 주식을 내다 팔자 지수가 단박에 1,800포인트 초까지 주저앉은 것이다.


외부 의존도를 줄일 근본적인 체질개선 노력은 요원한 상태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외국인이 한 해 동안 33조원의 주식을 팔아치웠고 2011년 8월 미국ㆍ유럽발 경기침체 우려로 한 달 새 5조원 이상의 외국인 자금이 이탈해 주가가 내리막을 걷는 동안에도 한국증시는 그저 '연기금 구원등판'이라는 단기 응급처치만 기다렸을 뿐이었다.

관련기사



체질개선의 핵심은 외국인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 자가호흡 능력을 키우는 데 있다. 자체 증시 안전판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오늘(23일) 삼수 도전 끝에 국회에서 논의되는 '장기펀드 세제혜택'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장기펀드 세제혜택은 연급여 5,000만원 이하의 근로자와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 사업자가 펀드에 10년 이상 투자할 때 납입액의 40%를 소득공제 해준다는 게 골자다. 장기펀드 세제혜택이 도입되면 연간 최대 3조2,000억원의 신규 자금 유입이 기대되는데 이 중 60%가 주식에 투자될 경우 2조원의 주식 순매수 효과가 발생한다.

이미 호주의 퇴직연금 '슈퍼애뉴에이션'과 영국의 어린이펀드 'CTF'가 장기 투자 상품에 세제혜택을 줘 펀드 시장 확대와 미래자금 마련은 물론 더 나아가 주식투자 확대에 따른 증시 안전판 구축을 가능하게 했다.

장기펀드 세제혜택이 단순히 비과세 상품 하나를 하나 더 늘리는 문제, 서민들의 푼돈을 모아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단순한 차원의 논의가 결코 아니라는 얘기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