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계가 불안해 하는 이유

기업의 불안감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과 재계간에 현격한 인식차이가 대조를 보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15일 주요 언론사의 경제부장과 오찬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경제정책의 불안정성 문제에 대해 “적어도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기업인들을 불안하게 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기업들이 대통령을 보고 불안하다고 하지만 대통령의 무슨 말이 기업을 불안하게 했는지 물어보면 별 대답이 없다”고도 했다. 전날 연두회견에서 “지난 1년간 가장 어려웠던 것은 불확실성이라는 단어였다”면서 기업이 불안하다고 하는데 어느 부분이 불확실하다는 것이냐고 반문한 것과 같은 맥락의 발언이다. 반면 같은 날 강신호 전경련 회장은 “정부가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명확한 정책목표를 제시하고 기업의 협조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회장은 “매일 기업 총수와 핵심기업인이 검찰에 줄줄이 소환되면서 어떻게 친기업적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경제회생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선자금 수사는 2월말 까지 마무리 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기업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면 실제 불안해서가 아니라 기업인들이 자신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 탓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나아가 정부 정책은 확실한데도 기업들이 정부에 대한 반감차원에서 괜히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는 듯하다. 제계가 불안해 하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인식의 차이 때문이다. 지금 재계가 가장 불안해 하는 것은 정치자금비리와 관련한 검찰의 기업에 대한 수사다. 이것은 기업이 스스로 자초한 환경이고, 대통령조차 어찌할 수 없는 사건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던 노 대통령의 다짐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지난 1년 동안 이 다짐이 제대로 지켜졌는지를 생각한다면 누구도 선뜻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산업현장에선 불법ㆍ폭력 파업과 시위로 불안의 연속이었고, 그 결과 여러 국책사업의 추진이 좌초됐다. 노 대통령은 기업을 향해 `무엇이 불안하냐`고 물을 게 아니라 불안하다는 기업의 인식에 이유가 있음을 먼저 인정하는 것이 사태를 바로 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새해들어 국민들은 노 대통령이 지난 1년의 국정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안정적으로 국정운영을 해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같은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그 동안 정부도 노력을 했지만 불안감을 씻지 못해 죄송하다. 앞으로는 기업을 불안하게 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족하다. <이정배기자 ljb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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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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