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 「하버드 프로젝트」 좌초 위기

◎러 개혁지원 5년… 실무교수 직권남용/AID 조사착수,러 “음모”주장 외교마찰러시아의 경제개혁 지원을 위해 미국정부가 지원해온 「하버드 프로젝트」가 추진 5년만에 심각한 내부문제를 노출, 존폐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이 프로젝트와 관련, 러시아 정부의 실세 아나톨리 추바이스 제1부총리가 미국의 음모론을 제기하는 등 양국간의 마찰로 비화될 가능성마저 보이고 있다. 「하버드 프로젝트」는 지난 92년 미국제개발국(AID)이 비효율에 시달리고 있는 러시아내 수천개의 국영기업을 민영화하고 구소련 법을 시대에 맞게 재조정하는 등 러시아 경제개발에 조언과 지원을 위해 수립한 프로젝트. 하버드대 국제개발연구소가 러시아측의 「법에 기초한 경제연구소(ILBE)」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름도 이같이 붙여졌다. 사건의 발단은 이 프로젝트의 정부지원부서인 AID가 모스크바에 파견됐던 하버드대의 안드레이 슬레이퍼 교수(경제학)와 법전문가 조너선 헤이 등 프로젝트 담당자를 직무남용 혐의로 조사에 들어간데 이어 이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에 들어가면서부터. AID는 헤이가 러시아국채에 함부로 투자했으며 슬레이퍼 교수는 부인 낸시 짐머만이 러시아에서 운용하고 있는 헤지펀드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내세웠다. 둘다 하버드프로젝트의 임무범위를 벗어났다는 주장이다. AID는 또 헤이가 슬레이퍼와 함께 모스크바의 미정부자산을 짐머만의 펀드 운용에 불법적으로 사용한 혐의에 대해서도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ID는 이어 러시아의 ILBE가 미국자금으로 구입된 50만달러 상당의 사무실 비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며 원상회복되지 않을 경우 「하버드 프로젝트」에 대한 89만달러의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공개서한을 발송, 사건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하버드 프로젝트」를 둘러싼 이같은 시비는 러시아가 헤이 교수 등의 문제를 개인비리차원이 아닌 정치적인 사건으로 해석하면서부터 다시 한번 꼬이기 시작했다. 러시아 경제개혁의 기수인 아나톨리 추바이스 제1 부총리는 『AID가 최근 내린 (조사)결정은 러시아의 경제개혁을 방해하려는 미국내 일부 보수파의 음모』라고 강력 비난했다. 그는 하버드와의 오랜 관계를 끊고 혐의를 받은 두 고문을 공개적으로 두둔하기도 했다. 앞으로 AID의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 지는 미지수지만 세계최고의 대학으로 일컬어지는 하버드대가 미정부의 도움을 받아 러시아에 새로운 경제모델을 수립하려던 야심은 물거품으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최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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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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